영화 ‘발신제한’ 조우진 “첫 단독주연? 한일전 단두대 매치와도 같다”

입력 2021-06-23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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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뭇거렸다. 희미한 회한의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사이, 시간이 흘렀다. 아마도 많은 감정의 선들이 얽히고설키며 가슴을 울리고 있으리라 싶었다.

“고마움과 사랑스러움, 미안함을 느낀다. 늘 그런 감정이 혼재되어 있다.”

다섯살배기 딸에 대해 물은 뒤였다. 아마도 “그런 감정”으로 이번에도 카메라 앞에 나섰을 듯하다.

23일 개봉한 영화 ‘발신제한’(감독 김창주·제작 TPS컴퍼니, CJ ENM)의 주연 조우진(42)은 예의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첫 단독 주연? 한일전 단두대 매치”


대구 출신인 그는 1999년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싶었”고, “‘나’를 찾자,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런 고민”을 안고 “단돈 50만원을 들고 상경”했다. 연기의 길을 선택한 그는 연극 ‘마지막 포옹’을 시작으로 새로운 인생의 무대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22년의 시간이 흘렀다. 다양한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오갔다. 하지만 이름과 얼굴을 알리지 못했다.

2015년 영화 ‘내부자들’ 속 무표정하면서 건조한 목소리로 잔혹한 폭력을 일삼는 조 상무 역할은 마침내 그가 자신을 세상에 온전히 드러내게 한 출발점이 됐다. 그러고서야 마침내 ‘발신제한’이라는 첫 단독 주연작을 만났다.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한 그는 “한일전 단두대 매치”에 비유하며 그 긴장감과 부담감을 표현했다.

“한일전 단두대 매치를 앞둔 선수들의 마음에 십분 공감이 간다. 현장의 모든 스태프가 나만 보고 있더라. 첫 단독 주연일 뿐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장면을 책임져야 했다. ‘누는 끼치지 말자, 같이 땀 흘리고 뛰며 고생하는데 최대한 이 분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짐하며, 늘 그렇듯,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그는 말한다.

“긴박함과 절박함, 혈압약까지 먹었다”


영화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인 주인공이 아이들의 등굣길을 챙기며 함께 출발한 평범한 출근길에서 시작한다.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걸려온 전화는 차 안에 폭탄이 설치돼 있고 좌석에서 일어나는 순간 폭발할 것임을 알리며 협박해온다.

조우진은 그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에 빠진 인물이다. 차 안에 갇힌 채 아이들과 자신을 구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아갈 것인가.

조우진는 단독 주연의 부담감은 일단 뒤로 미루고 “무엇을 담아내며 어떤 호흡을 내뱉어야 할지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느낀 적이 있나 싶었다”며 “너무 긴장하고 부담을 가진 채 상황에 빠져 정신이 혼미해지던 때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기어이 혈압이 올라 혈압약까지 먹어가며 촬영에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완성한 영화는 23일 개봉과 함께 이날 오전 30%에 육박하는 예매율로 흥행 기대감을 더한다.

조우진은 자신이 단독 주연으로 나선 영화의 포스터를 처음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돌이켰다. 시나리오를 읽고는 부담감에 출연을 거절했지만 연출자 김창주 감독의 “열정으로 들끓는 얼굴”에 덥석 손을 잡았다. “동료, 스태프와 소통하면서 무탈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오는 보람이 행복하다”는 그에게 관객은 어떻게 화답할까.

조우진은 그 화답을 얻기 위해 오늘도 자신의 딸을 떠올린다. 극중 딸을 살려내기 위한 악전고투의 실감나는 아픔도 아마 거기서 나온 듯하다.

“딸은 삶과 일의 원동력이면서 영감의 원천이다.”

그리고 22년 동안 버티며 무대 위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온 그는 여전히 꿈을 꾼다. “영화는 꿈이다. 앞으로도 계속 꿈을 꾸고 싶다”는 그의 말은 온전한 주연 무대가 관객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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