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열확산 안전성 구축…전기차 화재 원천 차단”

입력 2021-06-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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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NCM9 배터리는 니켈 비중이 90%에 달하면서도 독보적인 안전성을 확보해 내년부터 포드에 납품한다. NCM9 배터리가 적용되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사진제공|포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열폭주 막는 ‘E-팩’ 기술 개발

30분만에 화재 멈추고 정상 셀 작동
배터리팩 공간 효율 높이고 가격↓
SKIET 제작 고품질 분리막 사용
NCM9 배터리, 독보적 안전성 눈길
하이니켈 기술로 성능·안전 강화
포드 전기 픽업트럭에 탑재 예정
전기차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를 약 394만 대로 전망했다. 지난해 228만 대와 비교하면 70% 이상 성장한 규모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전기차 안전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각심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23일 리콜 대상이 아닌 코나 EV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도 전기차의 핵심 가치는 역시 안전성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과 성능을 크게 높이는 다양한 첨단 기술과 함께 배터리 팩 화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화재의 이유는 내부단락

배터리에서 화재가 나는 원인은 크게 개별 셀 관점과 이 셀을 300∼400개 정도 묶어둔 배터리 팩 관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

셀 화재는 ‘내부 단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배터리 셀 안에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이 있는데 이 중 양극과 음극이 직접적으로 접촉하면 강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 화재가 발생하며 이를 내부 단락이라고 한다. 내부 단락은 얼라인먼트(Alignment) 불량, 분리막 부재, 금속 이물 유입, 내부 변형, 분리막 손상 등 다섯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배터리 팩 관점에서는 수백 개의 셀 중 일부 셀에서 내부 단락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주변 셀로 열이 번지는 열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지, 즉 ‘열확산 안전성’이 있느냐의 여부가 화재로 이어지느냐 아니냐를 결정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열확산 안전성 테스트 실험 결과.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E-팩 기술로 화재 원천 차단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화재가 무서운 이유는 열폭주 현상 때문이다. 일부 셀에서 화재가 일단 발생하면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진화가 불가능하며, 순식간에 다른 셀로 화재가 번지기 때문에 전기차 탑승객은 화재발생시 대피에만 집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전기차 탑승객이 탈출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5분으로 보고, 일부 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최소 5분간은 주변 셀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셀 규격을 정해놓고 있다. 물론 이를 통해 화재를 몇 분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자체 개발한 ‘E-팩’ 기술을 통해 열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일부 셀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팩 전체로 화재가 번지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배터리 팩 중앙에 위치한 배터리 셀에 화재를 인위적으로 발생시켰는데 약 30분 만에 화재가 멈췄고, 화재가 나지 않은 다른 배터리 셀은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보통 ‘열확산 안전성’을 구축하기 위해 화재를 방지하는 다른 물질을 팩에 넣으면 셀이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져 공간 효율과 에너지 밀도가 낮아지는 단점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E-팩은 열이 번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면서도, 오히려 부품 수를 줄여 공간 효율을 높이고 가격까지 낮춰 더욱 주목받고 있다.

E-팩은 올해 기술 개발을 마쳤으며 E-팩이 적용된 전기차의 상용화 시점은 2024∼2025년이 될 전망이다.

독보적인 분리막 기술도 화재 예방에 기여
화재는 예방하고 성능은 높이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핵심 기술은 분리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배터리 셀 내부에는 내부 단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극과 음극 사이마다 ‘분리막’이라는 필름이 들어간다. 분리막은 얇을수록 이온 이동이 쉬워져 배터리 출력이 높아지고, 충전 속도도 빨라진다. 얇고 튼튼하면서 열에도 강해야 하는데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제작하는 고품질 분리막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분리막 기술의 핵심은 세계최초로 개발한 ‘축차연신’과 ‘CCS코팅’ 기술이다. 축차연신은 분리막 두께를 균일하고 정교하게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독자 기술로 이를 통해 선두 주자였던 일본 기업들을 제칠 수 있게 됐다.

CCS 코팅은 미세한 세라믹 돌가루를 분리막에 얇게 펴서 바르는 기술로 분리막이 외부 압력에 잘 견디고 열에도 수축되지 않아 배터리 화재를 막아준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2007년부터 지금까지 판매한 분리막은 서울, 울산, 대전을 통째로 덮을 수 있는 면적인 22억m²에 달하는데,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축차연신과 CCS코팅 기술을 적용하고, 니켈 비중을 약 90%까지 높인 하이니켈 기술을 통해 성능과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SK이노베이션의 차세대 NCM9 배터리도 주목받고 있다.

NCM9 배터리는 내년 출시를 앞두고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포드의 전기 픽업 트럭 ‘F-150 라이트닝’에 적용될 예정이다. F-150 라이트닝은 1회 충전으로 약 482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150kW 급속 충전을 통해 41분 만에 배터리 전력을 15%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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