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온라인 베팅 허용 후 ‘불법’ 절반 감소

입력 2021-07-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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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불리는 온라인 불법도박, 합법사행산업 견제 수단 미흡

독일, 온라인 도입 후 합법 4배 성장
프랑스·싱가포르도 규제 빗장 풀어

한국경마 온라인 규제, 불법 부추겨
불법경마 인한 조세포탈액 2조 달해
온라인을 무대로 한 불법도박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던 1000억 원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가 적발됐다. 경마와 같은 합법사행산업이 각종 규제로 인해 국내 오프라인으로만 운영이 제한되는 동안, 불법도박은 온라인을 통해 국경을 초월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온라인 불법도박을 견제하는 효율적인 대안 중 하나는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온라인 진출 금지의 규제를 푸는 것.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여러나라에서는 온라인 발매를 통해 합법사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온라인 베팅 허용 후 불법도박 줄어

합법사행산업의 온라인 발매로 불법도박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독일이다. 독일은 2012년부터 온라인 스포츠베팅 라이선스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사행산업 컨설팅 회사인 GBGC에 따르면 독일의 합법사행산업 규모는 20 11년 1287만 달러에서 2012년 5543만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불법도박시장 규모는 2011년 4억3777만 달러에 달했던 것이 온라인 스포츠베팅을 허용한 2012년에는 2억1612만 달러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불법도박시장 수요가 합법사행산업에 모두 흡수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발매 허용이 불법도박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합법사행산업의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지 않았던 국가들도 이런 효과에 주목하고 규제의 빗장을 풀고 있다. 프랑스는 2010년, 싱가포르는 2016년부터 온라인 발매를 허용했다.

이렇듯 해외에서 온라인 발매는 보편화되는 추세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온라인 마권 발매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국내에서 온라인 발매를 막는 동안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들은 오히려 더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합법경마가 중단된 기간 동안 무관중경마로 시행되는 외국 경주를 불법으로 수입해 베팅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경마의 온라인 발매 규제가 오히려 ‘풍선효과’를 일으켜 불법도박 수요만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과 세수 누락으로 연결된다.

불법사설경마 조세포탈만 2조 2000억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사설경마 규모는 13조 5000억 원에 이른다. 합법경마산업의 무려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불법사설경마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약 85%가 한국마사회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를 시작하면 합법발매를 이용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70%가 한국마사회가 온라인으로 마권을 발매하면 불법사설경마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불법사설경마사이트의 경우 고액 배당이 적중되면 환급금을 미지급하거나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등 이른바 ‘먹튀’를 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해 이용자들에게는 합법경마가 훨씬 안전하다.

더구나 온라인 발매로 경마 이용자만이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정부로서도 극단적인 도박 이용자들을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관리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누수되는 세수를 합법경마산업으로 끌고 와 사회적 편익을 확충할 수도 있다.

불법사설경마 규모를 13조 5000억 원으로 가정할 때 여기서 누락된 조세포탈액은 2조 2000억 원에 달한다. 합법경마산업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 금액이 1조 5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불법사설경마를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범 기자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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