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도쿄 리포트] TV에도 보이지 않는 도쿄올림픽

입력 2021-07-22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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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0도쿄올림픽 취재를 위해 21일 일본 지바현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하코자키 버스터미널을 거쳐 숙소로 가는 방역택시에 탑승했다. 택시기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올림픽 분위기는 전혀 없다. 거리를 보면 평범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만큼 대중적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는 의미다.

대개 올림픽을 1주일 앞둔 시점부터는 개최지의 분위기가 매우 시끌벅적하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때도 그랬다. 그러나 이번 도쿄올림픽은 다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최 여부 자체가 불확실했기에 더욱 그렇다.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관련 서류의 발급을 위해 국내 병원 등을 방문했을 때도 “올림픽을 하긴 하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현지 분위기를 직접 체감할 수 없는 국내에선 이 같은 반응이 이해된다.

그러나 도착 이틀째인 22일까지도 도쿄 현지의 분위기는 ‘도대체 올림픽 개최지가 맞나’ 싶을 정도다. 입국 후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단체버스를 탈 때까지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소위 ‘밀착마크’를 했기에 현장에 왔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방역택시를 타고 도심에 진입한 뒤로는 올림픽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특히 21일 일본이 소프트볼과 여자축구에서 첫 공식경기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아 보였다.

TV를 봐도 마찬가지다. 일본 지상파와 위성방송(BS)에선 경기 중계방송과 간단한 하이라이트, 분석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게 전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과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도 인기선수들의 고향을 찾아가 가족을 만나는 등의 다큐멘터리를 편성하곤 했지만, 자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의 개막이 임박했는데도 이 같은 방송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1일 오후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캐나다의 여자축구(1-1 무)를 중계방송한 지상파 NHK 중계진의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 탓에 올림픽 분위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환호와 중계진의 목소리만 생생하게 들렸다.

심지어 22일 오전 BS 닛폰테레비는 한국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편성했다. BS아사히와 BS후지 등도 일본 드라마를 편성했고, 지상파 NHK1에선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메뉴를 소개하는 ‘사라메시’, TV도쿄에선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고독한 미식가 시즌9’가 방영되고 있었다. NHK BS1과 지상파 닛폰테레비만 일본-멕시코의 소프트볼 조별리그 2차전을 중계했다.

물론 벌써 ‘무관심 올림픽’이라고 속단하긴 어렵다. 24일부터 본격적으로 메달 레이스가 시작되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개막 직전 시민들이 기대에 부풀었던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지금의 분위기는 분명 어색한 게 사실이다. 특히 22일(바다의 날), 23일(스포츠의 날)을 시작으로 25일까지 4일간 이어지는 연휴의 첫날에도 숙소 인근 도시마구 이케부쿠로의 번화가는 한산하기만 했다. 조직위 측도 ‘무관중’이 ‘무관심’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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