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넘치는 개시시간 변경, 무더위에 죽어나는 선수들

입력 2021-07-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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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했다. 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축제 올림픽이 딱 그런 꼴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중계권에 투자한 주관방송사의 이익을 위해 경기시간을 마음대로 변경해주면서 선수들만 죽어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2020도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수영 결선이 오전 11시에 시작되는 것은 미국 중계방송사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다. 모두가 아는 비밀이다. 통상적으로 올림픽 수영은 오전에 예선, 오후에 결선을 치르는 형태였지만 도쿄올림픽에선 전날 오후 예선, 이튿날 오전 결선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선수들이 우승하는 장면을 미국의 프라임타임에 많이 보여주기 위해서다.

1988서울올림픽 때는 육상이 오랜 관행을 깨고 오전에 결선을 펼치는 편법을 썼다. 당시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했던 칼 루이스가 출전하는 남자 100m 결선을 포함해 주요 경기들을 미국의 프라임타임에 맞추려고 정지작업이 벌어졌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수뇌부에게 엄청난 뒷돈을 줬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 번 둑이 허물어지자 관례가 됐다.

가뜩이나 습한 일본의 기후적 특성에 더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실외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은 애를 먹고 있다. 기온이 섭씨 33도, 체감온도는 38도에 달했던 23일 양궁 여자 랭킹라운드 경기 때는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가 무더위에 쓰러졌다. 다행히 곧 정신을 차렸지만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런 잔혹한 환경에선 무더위에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기량발휘보다 더 중요하다.

지금 선수들의 불만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종목은 테니스다. 평균 경기시간이 2시간 이상인데, 가장 더울 때 경기가 열리다보니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다. 한낮에 테니스코트의 열기는 쉽게 섭씨 40도를 넘는다. 이를 경험한 많은 선수들이 경기시간의 변경을 요구했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오후 3시에 경기가 시작되면 약 7시간 경기를 할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수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대회 조직위원회와 IOC는 25일 공식입장을 냈다. 조직위 고타니 미카코 스포츠디렉터는 “IOC와 조직위, 국제경기연맹이 조정 중이다. 경기 스케줄은 국제경기연맹의 오랜 경험을 통해 정해진 것이지만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빨리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테니스는 29일까지는 오전 11시, 30일부터 8월 1일까지는 낮 12시인 경기개시 일정을 변경해 29일부터 모든 경기를 오후 3시에 시작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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