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김은희 작가 “액션보다 감정, 내 작품 중 가장 어두운 이야기”

입력 2021-08-02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넷플릭스 ‘킹덤:아신전’을 내놓은 김은희 작가는 “이미 시즌3의 결말까지 그려놓았다”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순위 2위…‘킹덤:아신전’ 쓴 김은희 작가

생사초 관한 새로운 설정 소개
북방 세계관으로 가는 디딤돌
정치란 무엇인가 화두 던졌죠
아신 캐릭터, 입체적으로 그려
시즌3 키워드는 ‘한’ 그 시작점
김은희(49) 작가의 남편이자 장항준 감독은 각종 방송에 출연해 틈만 나면 아내 자랑을 한다. “10여 년간 실패 없는 작가”라고. 이를 들은 김 작가는 “망언을 하고 다니는 남편의 입을 정말 막아버리고 싶다”고 푸념 섞인 농담을 하지만, 장 감독의 자랑은 괜한 게 아니다.

김은희 작가가 1년 4개월 만에 내놓은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아신전’(아신전)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넷플릭스의 시청 통계를 집계하는 데이터 업체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아신전은 넷플릭스의 모든 영화 중에 전 세계 시청 순위 2위를 차지했다.

또 홍콩 1위, 일본·베트남·필리핀 2 위, 스페인 3위, 러시아 5위를 기록 중이고 미국에서도 영화 톱10에서 8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부동의 1위를, 이전 시즌들도 10위권에 역주행하며 다시보기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포브스·영국 HIT·영국 NME 등 해외 매체들은 “프로덕션 관점에서 거의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킹덤’을 보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즐길 수 있는 전율 가득한 안티 히어로 이야기”라고 호평했다.

“여기까지 올 줄 상상도 못해”

‘아신전’은 조선을 뒤덮은 거대한 비극의 시작인 생사초와 아신의 이야기를 담은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다. 92분 분량이 한 회차로 만들어져 시즌3으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시즌2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지현이 아신을 연기하며 극을 이끈다.

최근 온라인으로 만난 김 작가는 “시리즈는 내놓을 때마다 ‘이게 가능하다고?’,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라는 생각한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짧은 분량이라서 관객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지만 아신 뿐 아니라 생사초가 자라는 폐사군과 여진족 수장 아이다간 등 새로운 설정을 소개하고 싶었다”며 “생사초를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이번 편은 북방 세계관으로 가는 디딤돌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김 작가는 좀비와 역사극을 결합한 한국형 장르물(크리처)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드는 동시에 시즌마다 뚜렷한 메시지도 남긴다. 아신전에서는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시즌1은 배고픔, 시즌2는 혈통이 키워드였어요. 시즌3에서 한(恨)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인데, 그 시작이 아신전이라고 보면 돼요.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정치란 무엇인가’로 귀결되죠. 정치가 잘못되면 가장 아픈 건 피지배계층이고, 그들이 당할 수 있는 가장 큰 아픔이 배고픔과 한이거든요.”

일종의 에피소드를 다루다 보니 앞 시즌과 달리 속도감이나 화려한 액션은 절제됐다. 장항준 감독도 “무슨 이야기야? 난 잘 모르겠다. 또 액션이 셀 줄 알았는데 세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단다.

“아신이 왜 한을 가지게 됐을지, 극한적인 감정을 주로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액션보다는 감정의 깊이를 더 고민했어요. 내가 쓴 것 중에 가장 어두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단순한 복수극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복수하면서도 괴로워하는 아신을 통해 복합성과 입체성을 확보하려고 했죠. 선악 구분으로 소화하지 않고 수준 높은 문제의식, 번뇌를 세련되게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김 작가는 이미 시즌3의 결말까지 모두 머릿속에 그려놓았다. 시즌3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거친 벌판이라든지, 그런 곳에서 역병이 발발했을 때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또 하나의 시즌을 성공적으로 끝낸 김 작가에게 벌써 앞서 흥행시킨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시그널’ 등 새 시즌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시그널’은 시즌1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과 의지가 있어요. 워낙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실 남편이 예능프로그램이나 방송에서 제 이야기를 많이 해서 부담이 커요. 정말 더 열심히 써서 욕먹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