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의리 국대 데뷔전, 피홈런에도 유일한 5이닝
전반기 70이닝 이상 토종투수 가운데 K/9 1위
도쿄올림픽 탈삼진·루킹 탈삼진 모두 공동선두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 지명을 기다리는 고교생 신분이었다. 고졸 루키가 곧장 대표팀에 발탁된 자체가 사건인데 심지어 첫 등판은 이보다 더 부담스러울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럼에도 형들 누구도 해내지 못한 5이닝 소화를 달성했다. 특유의 탈삼진 능력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9K. 이의리(19·KIA 타이거즈)는 한국 야구에 한줄기 희망을 제시했다.전반기 70이닝 이상 토종투수 가운데 K/9 1위
도쿄올림픽 탈삼진·루킹 탈삼진 모두 공동선두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일 일본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 녹아웃 스테이지 맞대결에서 4-3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1-3으로 뒤진 채 맞이한 9회말에만 4안타로 3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3-3으로 따라붙은 2사 3루서 나온 김현수의 우월 끝내기 안타가 이날 경기의 마침표였다.
9회말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였지만, 이 과정까지 가도록 주춧돌을 놓은 선발투수 이의리의 역투도 잊을 수 없다. 이의리는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5이닝 4안타(1홈런) 2볼넷 9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은 이의리는 전반기 14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하며 한국야구의 미래로 떠올랐다. 김 감독이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이의리를 포함시켰을 때도 큰 이견이 없었다. 9이닝당 탈삼진은 9.17개. 비록 규정이닝에 살짝 못 미쳤지만, 70이닝 이상 던진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전체 7위·토종 1위였다.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은 국가대표 데뷔전에서도 그대로였다. 전날(7월 31일) 미국전 패배로 승리가 절실했던 상황. 편한 상황이어도 태극마크 데뷔전은 부담스러울 법한데, 막내에게는 너무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의리는 1회초 연속안타에 폭투로 허무하게 1점을 내줬다. 인터벌도 평소보다 길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르며 평정을 찾았다. 무사 2루서 훌리오 로드리게스를 루킹 삼진 처리하며 템포를 바꿨다. 후속 후안 프란치스코를 뜬공, 호세 바티스타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를 마쳤다. 2회초는 삼자범퇴. 1사 후 찰리 발레리오를 루킹 삼진, 제이슨 구즈만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3회초에도 1사 후 에밀리오 보니파시오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스타트 끊은 주자를 포수 양의지가 몰고 가 태그아웃으로 지웠고, 이의리는 멜키 카브레라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4회초 프란치스코에게 투런포를 내줘 3실점으로 늘어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바티스타를 다시 루킹 삼진으로 솎아냈고, 2사 후 구즈먼도 헛스윙 삼진처리. 5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의리는 2삼진을 더하며 등판을 마무리했다. 앞선 2경기서 형들이 해내지 못한 5이닝 소화를 막내가 해냈다.
이날 호투로 이의리는 닉 마르티네스(미국), 야마모토 요시노부(일본)와 더불어 나란히 9탈삼진으로 이 부문 1위에 오르게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도쿄올림픽은 ‘루킹삼진’ 영역도 별도로 분류해 순위를 매긴다. 이의리는 이 역시 3개로 야마모토, 테디 스탠키위츠(멕시코)와 더불어 1위다. 구속 자체는 마르티네스나 야마모토에 비해 떨어지지만 특유의 체인지업의 패턴을 조정해 상대 타자들을 현혹시키니 스윙 삼진과 루킹 삼진 모두 가능했다.
아쉬운 피홈런. 하지만 그 직후 자신의 호흡을 되찾아 삼진쇼를 펼친 건 분명 만19세의 배짱이 아니었다. 자신의 호투 덕에 한국이 이겼으니 기쁨은 수십 배. 국제대회는 승리만큼이나 미래 소득 발견도 중요하다. 2021년 8월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 한국야구는 이의리라는 분명한 성과를 확인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