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일 2020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200m에 출전할 예정이던 벨라루스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는 코치진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1일 강제귀국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하네다공항에서 출국을 앞두고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또 유럽의 제3국으로 망명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벨라루스에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
일본 방송사 ANN는 당시의 상황이 담긴 음성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파일에는 벨라루스육상대표팀 코치가 협박조의 말을 섞어가며 치마노우스카야에게 귀국을 종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음성파일 속의 목소리는 내가 맞다”고 확인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도 2일 오전 뉴스에서 이 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벨라루스올림픽위원회는 “선수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의사의 판단을 근거로 코치진이 선수의 결장을 결정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치마노우스카야의 주장에 따르면, 1일 선수촌 숙소에 온 코치들이 갑자기 짐을 싸서 귀국하라고 지시한 뒤 공항까지 끌려갔다. 2일 여자 200m 경기에 이어 5일 여자 1600m 계주에도 출전할 예정이던 그는 “코칭스태프의 태만을 언급해 대표팀에서 밀려났다. 과거 일부 대표선수들이 도핑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아 올림픽 출전 자격이 사라지자, 나도 모르게 계주에 출전시키려고 했다. 내가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자, 헤드코치가 찾아와 ‘나를 빼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많은 시민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데모를 하는 가운데 정부는 강압적으로 억누르고 있다. 선수들도 여기에 동참했는데, 정부는 이들의 올림픽 출전을 제한하고 투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이유로 투옥된 선수들을 지원하는 벨라루스의 한 단체는 “치마노우스카야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로 망명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IOC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