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도쿄 리포트] “육상하면 우상혁” 그는 이미 새로운 올림픽 역사를 썼다

입력 2021-08-02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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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육상하면 우상혁!” “높이뛰기 하면 우상혁!” “우상혁은 성실히 열정적으로 했던 선수였어.”

한국육상의 희망으로 떠오른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듣고 싶은 말들이다. 2020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낸 것 자체가 극적이었던 사나이는 높이뛰기 종목 한국신기록(2m35)과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의 주인공이 됐다.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일어난 일이다. 결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한데, 한국육상 트랙·필드의 역사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우상혁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다. 시작은 높이뛰기가 아닌 트랙 종목(달리기)이었다. 코치의 권유로 높이뛰기를 시작했고, 너무 재미있다는 이유로 그 매력에 빠졌다. 그랬던 소년이 올림픽에서 세계 4위라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한 기준기록(2m33)을 넘지 못했지만, 랭킹포인트 집계 마지막 날(6월 29일) 개인최고기록(2m31)을 뛴 덕분에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의 기록(2m35)은 그 자체가 “육상하면 우상혁, 높이뛰기 하면 우상혁”이라는 말과 일치한다.

사실 그가 인생의 목표로 삼은 기록은 2m38이다. 그는 2일 인터뷰에서 “평생 목표로 삼은 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2m39를 시도해봤는데, 그 목표를 이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이뛰기 선수로서 마의 벽으로 불리는 내 키(188㎝)보다 50㎝ 높은 높이를 넘어선 선수가 되고 싶다. 그것부터 해내야 목표 수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록을 작성한 순간은 잊을 수 없다. 하루가 지났건만 “아직도 꿈이 맞는 것 같다”고 웃으며 “경기 영상을 많이 봤다. 뛰는 나조차도 어떻게 뛰었는지 잘 모르겠더라. 확실한 사실은 정말 행복하게 즐겁게 뛰었다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양념을 덜 가미한 음식을 섭취해왔던 그는 한국기록을 세운 뒤 그토록 먹고 싶었던 라면을 먹었다. “오래간만에 먹으니 맛있더라. 요즘에 양념이 안 된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그래서 가장 강력한 (불닭)볶음면을 먹었다”며 다시 웃었다.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대회 때는 성적에 매몰돼 축제를 즐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스스로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즐기고 오면 된다”고 마음을 비웠다. 여러 국가에서 받은 핀이 잔뜩 붙어있는 그의 AD카드(출입증) 목걸이는 축제를 즐기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우상혁은 “첫 올림픽은 즐기지 못했다. 예민했고, 방에만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추억도, 사진도 없더라. 올림픽이라는 체육인들의 축제를 즐기지 못했다는 자체가 창피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미국에서 훈련할 때 만났던 친구들에게도 많은 기를 받았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한국육상의 올림픽 역사를 바꾼 주인공의 얼굴에 행복이 묻어났다.

도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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