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허락 없이 몰래 올림픽 유도장에 간 요코즈나

입력 2021-08-04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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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스모의 최고등급(요코즈나)의 선수 하쿠호가 몰래 2020도쿄올림픽 유도경기를 보러간 것이 발각돼 스모계가 난리가 났다. 일본의 유명 폭로전문지의 최근 보도다.

이에 따르면 하쿠호는 지난달 27일 벌어졌던 유도 남자 73kg급 경기에 출전하는 일본의 오노 쇼헤이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인 부도칸을 찾았다. 이에 앞서 일본스모협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달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모든 스모선수에게 불필요한 외출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만일 외출을 해야 할 때는 지도하는 스승을 통해 스모협회의 허락을 사전에 받아야 한다. 하쿠호는 이 과정을 무시했다.

덩치가 태산만한 하쿠호가 유도장을 찾은 사실은 공교롭게도 SNS를 통해 밝혀졌다. 국제 유도 연맹의 마우리스 비제르 회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3장의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하쿠호가 유도연맹 회장들과 친하게 찍은 기념사진이어서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됐다.

무관중으로 진행된 유도경기였지만 하쿠호는 이 경기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몽골국적으로 일본에서 스모선수로 성공한 하쿠호는 몽골 올림픽위원회의 홍보대사다. 2015년 9월 일본 올림픽위원회가 몽골올림픽위원회와 파트너십 협정을 맺을 때 하쿠호는 조인식에도 참석했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레슬링선수로 몽골 최초의 올림픽금메달리스트다. 이런 인연과 자격으로 유도경기장을 찾을 수는 있지만 가뜩이나 스모협회의 눈 밖에 난 그가 모든 절차를 무시하자 스모협회는 분노하고 있다.

하쿠호는 지난 7월 나고야에서 열린 대회에서 데루노 후지를 꺾고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날 그의 경기방식을 놓고 일본 스모계는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상대의 턱을 공격하는 듯한 장면도 문제였지만 승리가 확정된 뒤 기쁨의 감정을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요코즈나 심의위원회의 야노 히로노리 위원장은 “무도에 어긋난다. 꼴불견이다”고 대놓고 힐난했다.

물론 하쿠호는 스모계의 이런 시선을 무시한다. 4년 전에는 통산 40번째 우승을 차지하자 관중들에게 “여러분과 함께 기뻐하고 싶다”면서 만세삼창을 요구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행동으로 주의를 받았지만 고치지는 않았다. 2년 뒤에는 관중들에게 삼삼칠 박수를 쳐달라고 했다. 그는 왜 그런 요구를 했냐는 질문에 “만세삼창이 안 된다고 해서”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이 때문에 스모협회의 눈엣가시가 됐지만 스모의 상징 같은 존재라 대놓고 어떻게 할 방법도 없다. 다음에 하쿠호와 스모협회가 어떤 사안으로 또 충돌할지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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