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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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한국-일본의 2020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은 최소 은메달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자, 양국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였다. 3회초가 끝난 뒤에는 경기장의 스피커를 통해 일본 가수 오피셜 히게단디즘의 노래 ‘슈쿠메이(숙명)’가 흘러나왔다. 양국 취재진으로 가득 찬 기자실의 분위기를 더하니 영락없이 ‘숙명의 한·일전’과 맞아떨어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프로선수들이 출전한 맞대결에서 양 팀의 상대전적은 19승17패로 한국의 우위였다. 특히 올림픽에선 2000년 시드니대회와 2008년 베이징대회에서 각기 2차례씩, 총 4차례 맞붙어 한국이 모두 이겼다. 객관적 전력 측면에선 일본이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정신력이 강조되는 한·일전의 특성과 라이벌의식을 고려하면 위축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또 이날의 결과는 향후 체력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했다. 패할 경우 바로 다음날(5일) 같은 장소에서 미국과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터라, 결승전(미국전 승리 시) 또는 동메달 결정전(미국전 패배 시)이 펼쳐질 7일까지 휴식일이 길지 않아 체력부담을 피할 수 없었다.

그만큼 경기도 팽팽했다. 한국은 선발투수 고영표가 3회말 사카모토 하야토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 5회말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중전적시타를 허용해 0-2로 끌려갔다. 그러나 6회초 무사 2루서 강백호, 1사 1·3루서 김현수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팽팽한 흐름은 8회말 깨졌다. 그 차이를 가른 것은 수비였다. 일본은 이날 좌익수 곤도 겐스케의 포구 실책 하나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물샐 틈 없는 깔끔한 수비를 자랑했다. 반면 한국은 수비에 발목을 잡혔다. 2-2로 맞선 8회말 1사 1루서 곤도의 땅볼 때 1루 커버에 들어간 고우석이 베이스를 밟지 못하면서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에서 일본의 공격이 계속됐다. 결국 2사 만루로 위기는 확대됐고, 야마다 데쓰토에게 좌측 담장을 때리는 싹쓸이 2루타를 얻어맞아 승부가 갈렸다. 1회초 1사 2·3루, 6회초 동점을 만든 뒤 이어진 무사 1·2루의 기회를 놓친 집중력도 아쉬웠다. 결과는 2-5 패배였다.

한국은 5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미국과 또 한 번의 준결승전(패자부활전 결승)을 치른다. 이 경기를 이기면 일본과 결승전, 패하면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맞붙는다.

요코하마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