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반면교사 야구와 별나라 배구, 그리고 V리그

입력 2021-08-10 10:2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대한민국 야구는 당분간 도쿄올림픽 참패의 후유증에 시달릴 것 같다.

많은 지적이 나온다. 어느 원로는 “배에 기름이 끼었다”면서 대놓고 선수들의 정신자세를 말했다. “기량이 이전보다 떨어졌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매스컴은 팬의 눈 밖에 났던 많은 사건사고와 느슨한 처벌을 반복했던 도덕불감증, 공감능력이 없는 발언 등을 지적한다.

되돌아보면 1982년 출범한 KBO리그는 암흑의 시기를 겪었다. IMF(국제통화기금)시대와 박찬호를 앞세운 메이저리그의 안방공략 때가 위기였다. 매일 오전 화려한 경기장 시설과 메이저리거가 보여주는 상상 이상의 플레이는 KBO리그를 동네야구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위기를 실감한 KBO리그는 경기장 시설보수에 힘썼다. 인프라를 주구장창 외친 이유다.

때마침 불어온 야구의 국제화도 기사회생의 계기가 됐다. “나라가 있고 야구가 있다”면서 출전했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의 투혼과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프리미어12의 선전 덕분에 프로야구는 야구의 종주국 미국은 물론 숙적 일본도 앞서는 국제 경쟁력을 보여줬다. 아쉽게도 후광효과는 2018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논란과 2020도쿄올림픽 실패로 사라졌다. 지금은 탐욕스러운 선수들이 하는 그들만의 공놀이로 프로야구가 인식된다.


야구에게 닥친 위기를 V리그와 대한민국 배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들러리로 취급받던 여자배구가 지금 과분한 칭찬을 받는 것은 순전히 올림픽 효과다. 2012런던올림픽 4강은 대한배구협회의 불충분한 지원 속에 오직 배구의 인기를 살려보겠다는 선수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김연경의 공헌 덕분이겠지만 리우올림픽 8강에 이어 도쿄올림픽 4강에도 올랐다. 요즘 사람들은 승리와 메달 같은 결과보다는 과정과 감동을 더 중요시 여긴다. 여자대표팀은 절박한 마음으로 한 점을 더 따내기 위한 간절함과 아픈 몸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충분히 감동을 줬다.

이제 남은 것은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V리그로 유도하고 많은 꿈나무들이 배구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일이다. 대중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은 영원하지 않다. 야구도 그랬다. 국민스포츠도 하루아침에 비난의 대상이 됐는데 배구만 예외일 수는 없다. 잘 나갈수록 초심을 잊지 말고 더욱 충분한 물적, 인적 인프라를 갖춰 V리그를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걱정스러운 대목도 있다. 이번 올림픽동안 수준 높은 배구를 많은 사람들이 봐 버렸다. 세계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플레이는 마치 별나라에서 온 듯한 전혀 다른 배구였다. 국내배구가 그동안은 비교할 대상이 없는 덕을 봤지만 이제는 아니다. 팬의 눈높이에 맞는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V리그도 이제 동네배구 취급을 받을 것이다.

기량향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대중과의 공감이다. 유명해지고 인기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높은 도덕성과 모범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이를 채워주지 못하면 언젠가는 둑이 무너진다. 프로야구가 지금 그런 상황이다. V리그는 지금의 뜨거운 성원과 찬사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쉽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