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후반기가 시작됐지만 활기찬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10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10개 구단 사령탑들 모두 반성과 자책이 먼저였다. 전반기 조기 종료를 낳은 원정숙소 방역지침 위판 술판부터 시작된 KBO리그의 도덕적 해이는 9일부터 이틀간 쏟아진 대마초, 금지약물, 음주운전 소식으로 극에 달했다. 분노하기도 지친 팬들이 관심을 끊더라도 누구를 탓할 수 없다. 특정 구단에서 책임을 질 수준도 아니다. 리그 구성원 모두가 위기다.
서튼 감독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ML)의 예를 들었다. 당시 ML은 스테로이드가 대유행하던 시기였다. 미첼 리포트로 약물 스캔들이 밝혀졌고, 당시 사무국이 안이하게 대처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팬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당시는 여전히 ML의 흑역사 중 하나로 기억에 남아있다. 서튼 감독은 지금 KBO리그를 보고 당시를 떠올렸다.
“KBO리그에는 좋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있다. 이들은 가족을, 연고도시를, 팀을 대표한다. 일종의 ‘대사’ 역할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KBO리그는 물론 ML, 일본프로야구 모두 마찬가지다. 책임감을 갖는 것이 중요 과제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는 조금 더 조심하고 책임감을 가지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ML도 팬들의 민심을 잃은 사건들이 있었다. 이를 되찾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프로스포츠에서 팬들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팬들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 팬들이 야구를 다시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시즌 중 승패를 떠나 언제나 팬들을 가장 먼저 이야기해왔던 이들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계속 (안 좋은 일이) 겹치고 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후반기가 시작됐다. 또 해야 할 일이 있다. 모두가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기본 생활 방침부터 패턴 등을 한 번씩만 더 생각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팬들의 마음을 얻고 못 얻고는 팬들께 맡겨야 한다. 다만 우리는 야구장 안팎에서 더 생각을 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는 얻기 어려운 만큼 깨지기 쉽다. KBO 사무국과 구단이 성인들에게 “불법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한다는 자체가 슬픈 현실인데, 심지어 그마저도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이다. 성난 팬심을 달랠 방법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아픈 문제다. 출범 40년, 불혹의 KBO리그는 가장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