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선수단. 스포츠동아DB
한국배구연맹(KOVO)이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삼성화재는 대회 출전이라는 큰 결심을 했다. “리그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이유로 댔다. 2주간의 치료 후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선수들로만 팀을 꾸렸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제각각이었다. 이틀 반 훈련하고 14일 OK금융그룹과 첫 경기에 출전했다.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16일 한국전력전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아직도 호흡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설상가상 준비가 부족했던 탓에 부상선수도 2명 나왔다. 상대팀 장병철 감독조차 걱정했을 정도였다.
상황은 여러모로 어렵다. 새 시즌까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이미 2연패로 4강행은 물 건너갔지만,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불행 속에서도 긍정적 발언을 했다. 18일 현대캐피탈과 A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20일 가량 훈련을 못했다. 고작 2~3일 동안 준비하고 나왔지만 경기를 하면서 얻은 것도 있다. 선수들 역시 훈련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19세 이하늘의 가능성을 엿본 것도 소득이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속초고 출신의 라이트다. 고 감독은 “고교랭킹 3위 안에 드는 선수다. 재능은 충분하다. 체중을 빼고 근력이 붙으면 3~5년 뒤에는 삼성화재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져도 잃을 것이 없는 삼성화재 선수들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경기를 즐겼다. 고 감독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선수들의 기를 살렸다. 1세트 삼성화재의 기세에 현대캐피탈이 고전했다. 삼성화재는 이번 대회 처음으로 듀스까지 몰고 간 끝에 27-27 듀스에서 세트를 내줬다. 결국 삼성화재는 세트스코어 0-3(27-29 18-25 15-25)으로 패하며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그러나 리그의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했고, 끝까지 1점이라도 더 따려고 최선을 다하는 당당한 패자의 모습으로 코트를 떠났다.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의정부|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