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1→10위, ERA 10→1위…기본 튼튼야구, 숫자보다 더 값진 롯데 변화

입력 2021-08-19 1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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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30경기 시점에 갑자기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 그래서 자신의 색깔을 투영할 수 있는 4주의 올림픽브레이크가 누구보다 값졌다. 눈에 보이는 기록의 변화보다 더 반가운 것은, 기본을 중시하는 벤치의 신뢰가 선수들에게 와닿기 시작했다는 대목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그렇게 뿌리부터 튼튼해지고 있다.

타율 1위 ERA 최하위→ERA 1위 타율 최하위
롯데는 18일까지 후반기 6승2패 상승세다. 주목할 점은 기록변화다. 팀 평균자책점(ERA) 2.57로 1위인 반면 팀 타율은 0.202로 최하위다. 아직 표본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전반기 팀 ERA 최하위(5.63), 팀 타율 1위(0.279)의 기록이 극명하게 달라졌다. 타율 하락만 놓고 보면 중간이 없는 팀 컬러가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ERA만 보면 변화가 반갑다. 사실 둘 중 하나만 강해야한다면 마운드 높이가 올라가는 쪽이 승리확률 상승에 더 보탬이 된다.


팀 ERA의 안정은 투수들의 회복과 더불어 안정된 수비가 한몫을 한다. 대부분의 구단은 서머 캠프 때 3일 훈련 후 하루 휴식했다. 롯데는 6일 훈련 후 하루 쉬는 스케줄을 소화했다. 물리적인 훈련 시간 자체도 스프링캠프에 비해 훌쩍 늘었는데 스케줄은 더욱 빡빡했다. 매일 얼리워크, 특타가 진행된 것은 물론 특수 상황을 가정해 수비와 타격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후반기 개막 후 만난 선수들은 하나같이 살이 빠진 얼굴로 “여름에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고 돌아봤다.

“롯데의 야구, 변수 최소화”
타율과 ERA가 변했으니 세부 지표도 달라지고 있다. 롯데는 서튼 감독 부임 후 전반기 47경기에서 희생번트 7개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그 평균이 16개, 리그 평균이 16개, 최다팀인 삼성 라이온즈가 24개를 기록했으니 압도적으로 적었다. 서튼 감독 개인의 야구관보다 선수들의 세밀함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던 영향이 더 컸다. 서머캠프 때 상당한 시간을 작전 훈련에 할애한 이유다.


그 결과 후반기 들어 세밀한 플레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2루 견제를 잡아내는 장면이나 활발한 픽오프 플레이는 전반기 찾아보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희생번트는 물론 번트안타를 노리는 시도도 나온다. 서튼 감독은 “번트 상황이면 대는 게 맞다. 그게 가능한 타자들에게 사인을 내는 것이 맞다. 다른 선수가 출루했을 때 진루를 시켜줄 수 있는 타자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기조는 변수 최소화다. 성민규 단장은 전후반기의 변화를 두고 “우리는 한쪽에 기울어진 야구를 추구하지 않는다. 다만 투타 모두 1년 내내 좋을 수는 없다. 그 변동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플레이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18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 내야 타구에 1루까지 슬라이딩해 1군 첫 안타를 신고한 이호연의 플레이는 그래서 상징적이다. 성 단장은 “이호연이 무모하게 느껴질 만큼 몸을 아끼지 않고 슬라이딩했다. 이처럼 모두가 최선을 다해 팬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만한 야구가 지금 변화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서튼표 튼튼 야구, 4주 휴식이 준 선물
수비, 작전수행은 어디까지나 기본기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4주의 올림픽브레이크는 기본을 다지는 시간이었기에 값졌다. “점진적으로 빌드업을 한 시간이었다. 우리에게는 유리했다”는 서튼 감독의 말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바로 이 탄탄해진 뿌리가 전반기 최고의 무기였던 타선이 힘을 못 쓰는 중에도 상승세를 탄 원동력이다. 서튼 감독의 튼튼한 뿌리 야구 컬러가 완성을 향해 간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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