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대한항공 호기심 배구 조 1위로 준결승 진출

입력 2021-08-19 1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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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대한항공과 국군체육부대 경기에서 대한항공 정지석이 국군체육부대의 블로킹 사이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의정부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는 외국인선수의 출전이 불발됐다. 국제배구연맹(FIVB)에서 과거와는 달리 외국인선수의 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해주지 않는 바람에 이 시기에 경기를 개최하는 의미가 사라졌다. 새 외국인선수가 기존선수와 어떤 조화를 이루고 다가올 시즌에 어떤 성적을 낼지 예측해보고 싶었던 많은 이들의 관심도 크게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가장 관심이 집중된 팀은 대한항공이었다. 새 외국인 사령탑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여름휴가마저 자발적으로 포기한 선수들과 열심히 새 배구를 만든다는 소문이 퍼졌다. 연습경기를 했던 팀들은 한결같이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우리카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토미 감독은 “우리의 배구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호기심의 배구다. 팬과 관객이 우리 경기를 보고 ‘이게 무슨 배구지?’라는 호기심을 가지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날 1~2세트에 보여준 대한항공의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세터 유광우가 좌우로 쏴주는 패스는 B퀵과 C퀵의 중간이었다. 이를 향해 세터와 윙 공격수가 거의 동시에 점프해 때로는 속공을 때로는 퀵 오픈 공격을 시도했다. 전위의 센터와 후위의 레프트가 동시에 뜨는 파이프공격은 그동안 대한항공이 자랑해온 공격옵션인데 이제는 좌우에서도 이것이 가능해졌다. 2명 이상 덤벼드는 상대의 블로킹에 대고 무작정 때려서 득점이 나기를 바라는 요행보다는 리바운드 플레이를 해서 성공확률을 높이고 공격수들은 원스텝으로 점프하는 플레이가 이어지자 공이 정신 없이 움직였다.

대한항공이 치른 2경기를 직접 관전한 이들의 입에서는 “배구를 보는 맛이 있다. 색다르다”는 칭찬이 나왔다. 다른 팀과 가장 비교되는 플레이였다. 선수들도 새로운 플레이를 시도하는 것이 즐거운 듯 표정이 밝았다. 만일 감독이 원했던 것이 ‘이번에는 어떤 공격을 할까’하는 호기심을 사람들에게 안기는 것이었다면 새 배구는 충분히 성공했다.

호기심을 장착한 스피드배구는 보는 이에게 즐겁지만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감독과 프런트가 좋아하는 다른 배구도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던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자존심을 건 15일 경기에서 승자는 우리카드였다. 화려하면서도 스피드를 추구하는 대한항공의 배구에도 약점은 있었다. 3세트부터 스피드가 조금씩 느려졌다. 체력저하 탓에 범실이 많아졌고 상대의 공격루트에 익숙해진 우리카드는 3세트부터 반격했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내가 현역시절 일본이 스피드배구를 시도했는데 그때 우리가 항상 이겼다. 스피드배구는 사이드블로킹이 높거나 기본기가 탄탄한 팀들에게는 약점이 있다. 결국 얼마나 범실을 줄이느냐 여부이고 집중력이다”고 했다.

경기를 해가며 약점을 보완중인 대한항공은 17일 KB손해보험을 3-0으로 완파한 뒤 19일 이번 대회 2연승으로 돌풍을 일으킨 국군체육부대에게 세트스코어 3-1(25-15 21-25 25-20 25-22)로 이기고 B조 1위로 준결승전 진출을 확정했다. 아직은 보여줄 것이 많이 남은 대한항공 호기심배구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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