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출발은 그다지 좋지 았았다. 5월까지는 4승4패, ERA 4.08로 다소 기복을 드러내는 평범한 5선발들 중 한 명이었다. 팀 내에 젊고 가능성 있는 선발 자원들이 적지 않기에 기복이 계속됐다면, 선발 한 자리를 보전하기가 쉽지 않은 위치였다.
하지만 백정현은 5월(26일) 마지막 등판이었던 창원 NC 다이노스전부터 확 달라졌다. 불안했던 제구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NC의 강타선을 5.1이닝 1실점을 막고 승리를 챙겼다. 6월 5차례 등판에선 3연속경기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는 등 호투를 이어가며 2승과 함께 ERA 0.88의 성적을 남겼다. 6이닝 3실점을 기록한 25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포함해 6월부터 8월까지 10차례 선발등판에선 4번의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4번의 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냈다. 5월 18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로는 패전을 기록하지 않고 있다.
백정현은 지난해 부상으로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조기에 시즌을 마감한 뒤 절치부심했다. 일찌감치 새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그 덕인지 올 시즌 개인 역대 최고 성적을 조기에 달성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생애 첫 타이틀 획득도 노려볼 만하다.
2010년 이후 KBO리그에서 국내투수가 ERA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과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 은퇴한 윤석민(35) 등 3명뿐이다. 류현진은 2010년(1.82), 양현종은 2015년(2.44)과 2019년(2.29), 윤석민은 2011년(2.45) 각각 ERA 1위에 올랐다. 백정현이 지금의 꾸준한 흐름을 이어가며 국내투수의 ERA 1위를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