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많이 울어야겠죠” MVP 정지윤, 포지션 변경 의지 다지다

입력 2021-08-29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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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 현대건설과 GS칼텍스 경기에서 현대건설이 세트스코어 3-0 승리를 거두며 컵대회 우승을 확정지었다. MVP에 선정된 현대건설 정지윤이 조원태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정부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20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부쩍 성장한 현대건설 정지윤(20)이 29일 끝난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여자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2018~2019시즌 신인왕에 이은 2번째 개인상이다.

그는 “모든 경기가 쉽지 않았는데 한마음으로 동료들이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기쁘고 행복하다. 이번 대회에서 기복이 많아서 MVP에 뽑힐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대회 우승 및 MVP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잘해왔던 라이트, 센터 포지션과 이별하고 레프트에서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그로선 KOVO컵이 정들었던 자리에서의 마지막 활약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의미 깊었던 MVP다. 도쿄올림픽에서 쌓인 피로 때문에 대회 출전은 늦었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그의 활용도는 다양했다. 때로는 레프트, 때로는 라이트로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해결사처럼 등장해 엄청난 공격을 자랑했다. “올림픽 때 상대의 높은 블로킹에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많은 것을 배웠다. 대표선수로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도 참가했지만, 올림픽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수준이 높고 좋은 기술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다. 뛰지 못하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늘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이제 프로 4년차. 잘하는 평균적인 선수라면 팀의 주전으로 자리를 굳혔겠지만, 정지윤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물론 그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배구의 미래를 위해 꼭 성공해야 할 도전이다. 만약 그의 포지션 변경이 성공한다면, 한국여자배구는 국가대표 한 자리를 오래 지켜줄 선수를 찾게 된다.

주변의 응원도 많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마인드가 좋아서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다. 꼭 자기 것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지윤도 “앞으로 울기도 많이 울어야겠죠”라고 말했다. 26일 1-3으로 패한 KGC인삼공사전에서 레프트로 출전했지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경기 도중 교체된 뒤 눈물을 쏟았던 것을 떠올리면서 한 말이다.

정지윤은 “‘내가 코트 안에 있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에 화가 나고 분하고 속상해서 울었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내가 지금 리시브를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리시브로 무너지면 영원히 레프트를 못한다. 그렇게 나약한 마음을 가지면 미래에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강하게 먹자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지난 시즌 끝나기 전부터 포지션을 바꾸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욕심 없이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올 것이다. 이번 KOVO컵 MVP도 그렇고, 신인왕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의 용감한 도전을 응원한다.

의정부|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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