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회춘한 황연주가 털어놓은 관심과 희망이라는 비법

입력 2021-08-31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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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황연주. 스포츠동아DB

8월 29일 GS칼텍스와 결승전에서 화려한 마무리는 못했지만, 현대건설 황연주는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몇 년간 팀 내 비중이 점점 줄어 은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진 그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황연주는 23일 흥국생명과 대회 첫 경기에서 7득점, 공격성공률 37%를 기록했다. 모처럼 선발로 출전한 까닭인지 1세트에는 세터와 호흡이 맞지 않았고, 공격은 밋밋했다. 2득점, 공격성공률 20%에 그쳤다. 그 바람에 2세트에는 웜업존에서 대기했고, 3세트에는 교체선수로 나섰다. 하지만 4세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성형 감독이 다시 선발로 투입했다. 한창 때와 비교할 순 없지만 3득점, 공격성공률 60%로 기대를 품게 했다.


흥국생명전을 계기로 자신감을 되찾은 듯 24일 IBK기업은행전에선 11득점, 공격성공률 36%, 26일 KGC인삼공사전에선 18득점, 공격성공률 56%로 활약도가 급상승했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타점과 공격의 파워를 뽐냈다. 코트에 오래 머무르자 넓은 시야로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는 다양한 기술도 나왔다. 강 감독에게 “외모와 몸이 4년은 더 젊어지도록 만들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어느덧 35세. 2017년 V리그 최초로 개인통산 5000득점을 넘어선 황연주에게 회춘의 비결을 물었다. 그가 털어놓은 대답은 평범하지만 의미가 많은 단어, ‘관심’이었다. 그는 “지금 이 나이에 내 몸 상태가 갑자기 좋아질 이유는 없다. 기량이 더 늘지도 않는다. 다만 이전까지는 웜업존에서 선택받기를 기다리면서 나도 모르게 포기했지만 코칭스태프가 관심을 가져주고, 열심히 하면 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드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새로 팀을 맡은 강 감독은 위축됐던 황연주에게 “기회는 충분하다. 더 할 수 있다”며 동기부여를 해줬다.


선수는 동료들과 경쟁하고 선택을 받는 운명이다. 전성기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내 자리가 어느 날 후배에게, 또는 동료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이 때는 누가 어떤 말로 위로해도 들리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관심이 의외로 큰 역할을 한다. 한때 V리그를 호령하던 최고 스타 황연주마저도 관심에서 밀려나자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절망하며 포기하려고 했다.

황연주뿐이 아니다. 큰 꿈을 안고 프로에 데뷔했지만, 아직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한 채 웜업존에서 절망하는 선수들은 더 많다. 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관심이다. 최소한 흘린 땀만큼의 결과는 있다는 것을 선수들이 확신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눈여겨봐주고 보듬어줘야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품는다.

요즘 배구의 승패는 코트에서 뛰는 6명이 결정하지 않는다. 웜업존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백업 선수들의 의지와 열정, 준비에서 갈린다. 게다가 새 시즌에는 이전보다 팀당 경기수가 늘었다. 풍부한 선수층에서 우승 여부가 결판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관심과 희망이 코트에서 잘 보이지 않는 그 선수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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