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헝다 쇼크’에 글로벌 경제 휘청

입력 2021-09-22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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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헝다그룹 관련 회사 1층 로비에서 ‘헝다는 내가 피와 땀으로 번 돈을 돌려 달라’고 쓴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바이두 캡처

국내 증시도 충격 불가피, 23일 폭락 가능성
국내 투자자들 증시 개장에 촉각
특금법 적용된 암호화폐 더 혼란
뉴욕증시·암호화폐 등 일제히 급락
“제2의 리먼사태 될라” 전전긍긍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의 파산 위기가 낳은 일명 ‘헝다 쇼크’가 추석 연휴 기간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리며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외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와 암호화폐 ‘급락’

먼저 헝다 쇼크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20일(현지시간) 다우 지수는 전일 대비 1.79% 급락한 3만3970.47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하락 폭이 2.6%에 달하기도 했다. 나스닥 지수도 2.19% 내린 1만4713.90에 마감했다. 5월 12일 이후 약 4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1.70% 빠진 4357.73을 기록했다.

21일에도 헝다 쇼크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감지됐다. 다우 지수는 장 초반 강세를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합 흐름을 보이다 결국 소폭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장 막판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상승 폭이 줄었다.

암호화폐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은 추석 연휴 첫날인 18일까지만 해도 5860만 원선을 기록하며 연휴 중 6000만 원대 도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전일 대비 19일 1.06%, 20일 7.2%, 21일 5.77% 하락하더니 22일 오전 5005만 원까지 떨어지며 5000만 원선에 가까워졌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비트에 따르면 연휴 전 400만 원대를 유지한 이더리움은 헝다 쇼크 이후 22일 340만 원대까지 하락했고, 리플도 1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중국 헝다그룹 로고.


헝다그룹, 문어발식 확장이 유동성 위기 초래

고용 직원이 약 25만 명에 이르는 글로벌 500대 기업인 헝다그룹의 위기는 문어발식 확장에서 초래됐다. 전기자동차, 스포츠 및 테마 파크, 헬스케어, 여행, 금융 등으로 과도한 확장에 나섰다가 이 과정에서 지게 된 총부채가 2020년 말 기준 1조9500억 위안(약 35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 프로축구단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인수했고 수용인원 10만 명 이상의 세계 최대 규모의 축구장을 건설하기 위해 17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입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이 대표적 예다.

여기에 중국 아파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는 등 부동산 시장이 성숙단계에 이르렀고, 중국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주택 가격 안정 정책으로 자금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회사 측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기자동차 회사와 홍콩 오피스 빌딩 등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매각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과 함께 파산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채무불이행에 있어 첫 고비가 당장 23일이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2025년 9월 만기 채권에 대한 이자를 23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이자 규모가 2억3200만 위안(약 425억 원)이다.

하지만 같은 날 만기인 2022년 3월 만기 채권의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 원)에 대한 지급 여부와 역외 채권 이자 지급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채무불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 약관에 따르면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할 경우 30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채무불이행으로 간주된다. 이후에도 29일 2024년 3월 만기 채권 이자 4750만 달러(약 562억 원) 지급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헝다그룹이 이미 많은 협력업체에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극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으며 금융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길이 막혀 결국 채무불이행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는?…주식·암호화폐 투자자 패닉

이제 관심은 추석 연휴로 문을 닫았던 국내 증시로 쏠리고 있다. 헝다 충격으로 인해 국내 증시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과 함께 23일 대폭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22일 주식 커뮤니티에는 “23일 장이 열리자마자 주식을 팔아야할지 고민”이라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올 1월 주식을 시작한 ‘주린이(주식+어린이·주식 초보자)’라고 밝힌 직장인 A씨(33)는 “연말 기말배당을 겨냥해 배당주 중심으로 투자를 할 계획이었는데 주식시장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며 “일단 주식을 팔고, 금리 인상으로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저축은행 특판 정기예금으로의 이동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거의 패닉 상태다. 특히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 암호화폐 거래소의 원화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적용 유예 기간이 24일 종료되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알트코인 투자자인 직장인 B씨(31)는 “기존 거래하던 암호화폐 거래소가 폐업하기로 해 예치금을 출금하고 보유 코인도 타 거래소로 옮겨야 하는 복잡한 상황인데, 추석 연휴 내내 암호화폐 가격도 계속 떨어져 더욱 혼란스럽다”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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