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세터 김다솔은 지난 시즌 갑작스럽게 주전으로 도약했다.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돈 주고도 얻지 못할 경험을 얻었기 때문에 올 시즌은 더욱 강해진 모습을 자신한다. 사진제공 | 흥국생명](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21/09/30/109502367.1.jpg)
흥국생명 세터 김다솔은 지난 시즌 갑작스럽게 주전으로 도약했다.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돈 주고도 얻지 못할 경험을 얻었기 때문에 올 시즌은 더욱 강해진 모습을 자신한다. 사진제공 | 흥국생명
세화여고를 졸업한 김다솔은 2014~2015시즌에 앞서 수련선수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나이는 24세에 불과하지만 팀에서 연차가 6번째에 해당할 만큼 경력이 쌓였다. 올 시즌에 앞서 주축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며 팀이 젊어진 영향도 크다. 김다솔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할 말이 많아졌다. (박)현주 같은 애들은 깜빡깜빡하기 때문에 잔소리를 더 많이 한다”고 웃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주전 기회. 주위의 시선이 김다솔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김다솔은 “내가 잘해야 1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언니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같이 잘해보자’는 얘기가 정말 큰 힘이 됐다. 플레이오프에서 이기기도 하고, 잘 이겨낸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살 자산이 됐다. 김다솔은 “처음엔 긴장돼서 덜덜 떨었다. 그럼에도 큰 경기 기회를 계속 주신 덕분에 이번 KOVO컵 땐 긴장이 안 됐다. 게임을 즐기면서 재밌게 했다”며 웃었다.
올 시즌은 부담을 지난 시즌 입단한 후배 박혜진과 나눠가질 전망이다. 아무래도 김다솔이 경험에서 조금 더 앞서기 때문에, 이끌어주는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박미희 감독은 “연차와 경기 경험이 쌓이면 이전까지 안 보이던 부분이 보인다. (김)다솔이가 그런 점에서 많이 좋아졌다”며 “지난 시즌엔 스스로가 팀에 피해가 될까봐 걱정했는데 올해는 여유가 생겼다. 롱런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다솔은 “(박)혜진이는 키가 크고 윙쪽으로 토스를 잘 넣는다. 나는 속공으로 상대를 흔드는 쪽에 강점이 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힘을 합쳐 잘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했다.
입단 후 처음 느낀 주전의 무게감. 지난 시즌을 마치고는 휴대전화도 제대로 안 보고 집에서 쉬며 재충전에만 전념했다. 올 시즌에는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어 상대를 흔들겠다는 각오다. 신장이 작지만 그만큼 빠른 토스에서 강점을 보이는 만큼 ‘뉴 흥국생명’에서 역할은 분명하다.
박 감독은 김다솔 얘기가 나오자 “미안하다”는 말부터 했다. 정식 지명이 아닌 수련선수로 입단한 꼬리표가 여전히 그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김다솔은 오히려 “수련선수들은 1~2시즌 만에 방출되는 일이 흔하다. 감독님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김다솔의 말처럼 소리소문 없이 방출되는 경우가 대다수. 여자배구 역사를 돌아봐도 한지현과 김다솔 정도를 제외하면 프로에서 버틴 케이스 자체가 드물다. 아직 화려한 족적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지명조차 받지 못했던 프로에서 버티고 있다는 자체가 박수를 보낼 일이다.
“실업팀 감독님이 버스 탈 때까지 ‘함께 하자’고 말씀하셨지만 프로행을 결정했다. 어느새 이만큼의 경력이 쌓였다. 수련선수 첫해는 등록이 안 됐기 때문에 벤치나 웜업존에도 앉지 못했다. 공을 주으러 관중석까지 올라가곤 했다. 참 서러웠는데, 어떻게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1년이 쌓이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내가 감히 ‘수련선수 성공기’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해마다 입단하는 동생들에게 눈앞의 한 경기, 1년만 바라보며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용인|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