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에서 6회말 무사 1, 2루 두산 김재환이 역전 우월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김재환은 17일 잠실 KIA 타이거즈와 더블헤더 제2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 4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두산은 시즌 전적 65승 6무 62패(승률 0.512)를 기록, 더블헤더 제1경기가 끝난 뒤 SSG 랜더스(62승12무61패)에 잠시 뺏겼던 4위를 되찾았다.
최근 두산의 흐름은 좋지 않았다. 6일까지 3연패에 빠지며 안정권으로 생각했던 4위를 위협받았다. 게다가 같은 날 더블헤더 제1경기에선 선발 라인업에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한 KIA를 상대로 고전하다 간신히 3-3 무승부를 기록했을 정도로 흐름이 좋지 않았다. 제2경기에서도 4회말 김재환의 적시타로 1-0으로 앞섰지만, 6회초 2실점하며 분위기를 넘겨줬다.
반전이 필요했다. 팀의 4번타자 김재환이 소매를 걷었다. 사실 김재환은 이날 더블헤더 제1경기까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094(32타수 3안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기간에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다. 팀이 연패에 빠진 탓에 그만큼 마음고생도 심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최근 팀 타선의 부진을 두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점수가 나오지 않으니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은 시즌 끝까지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김재환은 지금의 부진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6회말 김인태의 볼넷과 박건우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등장한 김재환은 윤중현의 4구째 시속 136㎞ 직구를 타격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홈런(25호)을 발사했다. 4-2로 승부를 뒤집은 한 방이자 개인 통산 1000번째 안타였다.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두산은 상대 폭투와 제구 난조에 편승해 1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굳혔다.
다소 기복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김재환은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확실히 그 역할을 해냈다. 25개의 홈런 중 15개를 주자가 있을 때 쳐냈고, 8개는 득점권에서 만들어낸 것이 좋은 예다. 득점권타율도 0.356(135타수 48안타)에 달한다.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 기대감을 한껏 높일 수 있는 타자라는 뜻이다. 이날도 그 능력을 꼭 필요한 순간에 발휘하며 팀을 살려냈다. 이것이 4번타자의 가치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