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디지털 정보를 감시하고 있다?”…스노든파일 [신간]

입력 2021-10-26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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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파일
(에드워드 스노든 저·이혜인 옮김 | 푸른숲주니어)


지금 이 순간에도 휴대폰은 우리 삶을 수집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1984만 가구 중 1980만 가구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고 한다. 전체 가구의 99.7%가 집에서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 이용 시간도 개인별 일주일 평균 20시간 이상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하고 잠자는 시간 외에 절반 정도를 인터넷을 사용하며 보낸다는 의미이다.

사생활을 포함한 모든 중요한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언제든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정보를 포함한 사생활이 유포될 수 있다는 걱정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누군가 내 정보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면 어떨까.
내 노트북에 저장해 놓은 영상을 보고, 휴대폰으로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지 확인하며, 태블릿 컴퓨터의 사진기로 내 얼굴을 보고 있다면? 그리고 이 모든 것이 SF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이라면?

2013년, 미국의 CIA와 NSA 등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에 소속되어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로 일하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정부가 전 세계인의 인터넷 사용을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대상은 ‘전 세계인’, 시간은 ‘실시간’, 방법은 ‘무차별’이었다. 누군가 내 휴대폰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상황이 이미 실현되었던 셈이다.

이 책은 저자인 스노든은 폭로 이후 미국 정부에 의해 간첩 혐의로 기소되어 아직까지 러시아에 머물고 있다. 스노든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왜 내부 고발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며, 우리 삶이 개인의 동의 없이 영구적으로 남아 수집되고 감시당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날카롭게 경고한다.

‘스노든 파일’은 전 세계인을 위해 미국 정보기관의 엄청난 위법 행위를 폭로한 스노든의 올곧은 일대기일 뿐 아니라, 인터넷의 탄생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위태로운 디지털 생태계가 형성되기까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사회 보고서이기도 하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인 스노든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첫 해킹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섯 살 생일날, 일찍 잠들기 싫어서 집 안에 있는 모든 시계를 몇 시간 뒤로 돌려놓았다.
여섯 살 어린 시절에서 시작한 스노든의 이야기는 가정용 컴퓨터의 등장과 인터넷의 발달, 나아가 십 대였던 2001년에 겪은 9·11 테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사이 사이 요즘 청소년들도 공감할 수 있는 어록들이 펼쳐진다.


‘모든 십대는 해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모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언제나 지는 쪽이 자신이라는 점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내 인생에 가장 큰 깨달음을 준 스승은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였다. 뒤로 갈 수 없고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인생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주었다.’

IT 분야 최고 전문가답게 청소년 시절을 코딩과 해킹, 온라인 세상에 빗대어 풀어내는 생생한 십대 시절에 대한 묘사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공감까지 이끌어 낸다. 저자인 스노든이 성인 판본을 청소년을 위해 새롭게 구성하면서 글쓰기 수업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단지 홍보 문구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십대 시절 이야기 이후, 스노든은 미국 정보기관인 CIA와 NSA 등에서 일하게 된 동기와 과정, 그리고 내부 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과정을 본격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발각을 두려워하면서도 어떻게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에서 기밀 데이터를 복사하고, 저장하고, 해외로 운반해 폭로했는지 상세하게 공유하고 있다. 짧은 장들로 구성된 청소년 판본은 마치 스릴러물 같은 긴장감을 최대한 살려 독자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IT 용어들을 이해하기 쉬운 예로 술술 읽을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하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이 책은 ‘세기의 폭로’라 불릴 만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면서 동시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스릴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나아가 스노든이 공익, 즉 세계 시민을 위해 폭로한 ‘디지털 감시’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만든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유럽 연합(EU)은 모든 시민의 디지털 사생활을 보호하는 법령을 신속하게 통과시켰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아직까지 법 제정에 소극적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스노든의 이야기에 한 번쯤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

이 책은 ‘나는 숨길 사생활이 없는데, 감시 좀 당하면 어때?’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서도 따끔한 충고의 말을 전한다. ‘나는 숨길 것이 없으니 사생활 보호에 관심이 없다’는 말은, ‘할 말이 없으니 표현의 자유에도 관심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이 책을 읽은 청소년 독자들은 법률과 인식의 발전이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디지털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건전하고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인터넷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보게 될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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