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호랑이 세리머니’ 전남 이종호 “난 항상 목말랐다”

입력 2021-10-28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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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이종호.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K리그2(2부) 전남 드래곤즈의 베테랑 공격수 이종호(29)가 큰일을 저질렀다. 27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1부) 울산 현대와 ‘2021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에서 전남은 이종호의 선제골에 힘입어 짜릿한 2-1 승리를 거뒀다. 14년만의 통산 4번째 FA컵 정상 도전의 길이 활짝 열렸다.

전반 22분 선제골을 터트린 이종호의 활약은 눈부셨다. 추가시간 6분을 포함해 풀타임을 뛰었다. 더욱이 이날 경기는 그에게 아주 특별했다. 광양제철중~제철고를 나와 전남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한 그는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잠시나마 몸을 담았던 울산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K리그1 시절의 전남에서 94경기에 출전해 28골·9도움을 뽑은 이종호는 이를 발판 삼아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아쉽게도 22경기에서 5골·3도움에 그친 뒤 울산에서 새로 출발했으나, 역시도 행복한 시간은 아니었다. 잦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2시즌 동안 37경기에서 8골·3도움을 기록한 뒤 전남으로 복귀했다.

다소 밀리던 초반 흐름을 단숨에 바꾼 뒤 이종호는 높이 뛰어올라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이는 특유의 ‘호랑이 세리머니’로 벅찬 기쁨을 드러냈다. 또 하나의 친정팀에 예의를 갖추고 싶었으나,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표출됐다.

경기 직후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이종호는 “여전히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울산에서 더 잘했어야 했다.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며 “성공하지 못했기에 더 간절하게 뛰었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전남 이종호(오른쪽).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프로는 냉정한 세계다. 실력이 없으면 도태된다. 공교롭게도 이종호는 2017년 부산 아이파크와 FA컵 결승에서 결승포를 쏘아 올리며 울산을 정상으로 이끈 바 있다. 울산 원정을 앞둔 그가 “골을 넣고 팀 승리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한 이유다.

이제 전남은 K리그1 대구FC와 FA컵 우승을 다툰다. 다음달 24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릴 결승 1차전과 12월 중 2차전(대구·날짜 미정)을 통해 우승에 성공한다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무대를 밟을 수 있다.

그에 앞서서는 K리그1로 돌아가기 위한 관문에 선다. 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이미 K리그2 4위를 확정한 전남은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준플레이오프(준PO)~PO를 정조준하고 있다. 여기서 생존하면 K리그1 11위와 승강 PO를 치른다.

이종호는 언제나 그랬듯 최선을 다할 참이다. 올해 K리그2 27경기에서 8골·1도움을 올린 그는 남은 여정에서 2가지 목표를 세웠다. “FA컵 우승, K리그1 승격에 모든 것을 건다. 개인기록은 필요 없다. 아직 가치 있는 선수란 것을 결과로 보여주겠다. 난 항상 목이 많이 말랐다”는 그는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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