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0, IBK기업은행 1라운드 전패의 이면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1-10 09: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지난 4월 7일 페퍼저축은행의 창단을 앞두고 6개 여자구단 단장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3월 31일 한국배구연맹(KOVO) 실무회의에서 “신생 팀 창단을 적극 지원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각 구단의 속내는 달랐다. 단장들은 신생팀에 지원해줘야 할 특별지명선수의 범위를 놓고 페퍼저축은행과 팬, KOVO 실무진의 바람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실무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보호선수 9명을 제외한 1명을 신생팀에서 지명하도록 결정했다.

그날 각 구단의 단장들이 편하게 얘기를 주고받는 자리에서 어느 팀의 단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신생팀에게 지면 문제가 아주 크다”는 말을 했다. 그 당시는 몰랐지만 그 단장은 7개월 뒤에 벌어질 미래를 아주 정확히 예측했을 지도 모른다. 9일 승리가 없는 하위 팀들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창단 첫 승리를 거뒀다.

스포츠동아DB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1년 김희진 박정아 등 당시 고교졸업반 유망주들을 싹쓸이해서 2011년 컵 대회 3위부터 시작해 2011~2012시즌에 출전했던 우등생 신생팀이 마주한 현실이다. 어떤 팀이건 페퍼저축은행에게 질 수는 있겠지만 IBK기업은행이었기에 더욱 얘기가 된다. IBK기업은행은 2020도쿄올림픽 4강의 주역이 3명이나 있고 지난 시즌에는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외국인선수가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IBK기업은행은 도쿄올림픽의 혜택도 가장 많이 누렸다. 대표팀 주공격수 김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숫자가 수십만 명 늘어나는 등 올림픽을 마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많은 방송과 광고출연으로 높아진 여자배구의 인기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스포츠동아DB


창단 이후 한산하기만 했던 화성실내체육관에 9일 김희진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팬들을 보면 달라진 환경을 실감할 수 있다. 여기에 외국인선수 라셈 또한 한국인 혈통이라는 이유와 세련된 외목 덕분에 많은 팬을 보유해 IBK기업은행은 그야말로 인기구단이 됐지만 인기와 성적은 비례하지 않았다. 그 아픈 현실을 보여준 것이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였다.

이미 배구계에 알음알음 소문이 나돌지만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부터 내부적으로 많은 말들이 나돌고 있었다. 그래서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새 판을 짜려고 했지만 1라운드까지 보여준 결과는 팬들이 본 그대로다. 최근에는 조완기 수석코치가 팀을 떠났다. 이 바람에 3시즌 동안 3명의 수석코치가 교체됐다. 구단은 코치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팀을 떠났다고 얘기한다. 그 말을 믿고 싶지만 배구계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전혀 다른 버전이다.

스포츠동아DB


선수들은 열심히 하는데 지난 시즌과는 다른 결과라고 한다면 부진의 원인은 외국인선수다. 거꾸로 말하면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은 라자레바가 혼자서 이끈 덕분에 봄 배구에 갔다는 얘기다. 국가대표 3명을 보유한 팀이 외국인선수 한 명에 따라 성적이 춤을 춘다면 V리그의 낮은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모두가 걱정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만일 소문처럼 다른 문제로 팀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당분간 IBK기업은행은 성적과 관계없이 화제의 중심에 있을 것 같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