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내던진 배짱과 ‘2.12’가 만나면…KT 내야에 마법이 일어났다 [PS 리포트]

입력 2021-11-15 2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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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KT 소형준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리그 최고 수준의 땅볼유도형 투수가 마운드에 서는 날. 등 뒤 내야수들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그 무대가 인조잔디 위 빠른 타구가 악몽인 고척돔이라면 더더욱 위험해진다. 강점에 기대도 쉽지 않은 승부에서 KT 위즈는 내야에 설치해둔 그물망을 내던졌다. ‘역시프트’가 힘을 발휘하며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2연승이 완성됐다.

KT는 15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S 2차전에서 6-1로 이겨 2연승으로 절대 우위를 점했다. 선발투수 소형준은 6이닝 3안타 5볼넷 4삼진 무실점으로 당당히 승리투수가 됐다. 사실 초반 흐름만 보면 QS는 물론 5이닝 채우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비기’는 땅볼유도였다.

소형준은 정규시즌 땅볼/뜬공 비율 2.12를 기록했다.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2.30)에 이어 2위이자 토종 1위였다. 이날도 특유의 투심과 체인지업을 앞세운 땅볼 유도가 빛났다.

15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1회초 무사 1,2루 KT 박경수가 다이빙캐치로 잡아 병살 처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소형준이 땅볼 유도에 성공한다고 해서 마냥 성공은 아니다. 내야수들에게 쉽지 않은 환경인 고척돔에서, 얼마나 포구를 잘하는지도 키포인트였다. KT의 역시프트는 여기서 빛났다. 정규시즌 내내 과감한 내야 시프트를 시도했던 KT는 이번 KS에 앞서 야수진을 정위치에 배치하기로 했다. 두산이 포스트시즌(PS) 들어 밀어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효험을 본 작전을 2차전에서도 유지했다. 이강철 감독은 2차전에 앞서 “일단 초반 상황을 봐야겠지만, 시프트보다는 정위치를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내야진은 정위치에 포진했다. 여기에 박기혁 수비코치가 실시간으로 약간씩 변화를 줬다. 박 코치가 옮긴 위치에 타구가 속속 향하며 두산 타자들은 반격의 의지가 꺾였다.

경기 내용만 봐도 야수진이 투수를 살렸다. 소형준은 1회초부터 3회초까지 3이닝 연속 병살타 유도에 성공했다. 3이닝 연속 병살타는 KS는 물론 PS를 통틀어도 최다타이 불명예다. 1회초 박경수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타구를 건져내며 이날 경기 아웃카운트를 처음 만들어낸 것이 백미였다. 소형준이 5회초를 제외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도 실점하지 않았던 것은 결국 위기마다 터진 땅볼이 주효했다. 땅볼/뜬공 비율 토종 1위의 주무기와 야수진의 정위치가 함께 빚어낸 시너지였다.

자신들의 가장 강한 무기 중 하나를 내던졌다. 그 속에서 실시간으로 변화를 줬다. 여기에 리그 최고의 땅볼 유도형 투수가 만나니 시너지는 만점이었다. KT 내야에 마법이 일어났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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