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고 넣고 ‘헌신의 캡틴’ 홍정호, 이래야 전북의 베테랑이다 [사커피플]

입력 2021-11-3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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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구FC와 전북현대 경기에서 전북 홍정호가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대구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부담도 엄청났다. 가슴을 억누르는 무게에 잠도 자지 못했다. 애써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속은 만신창이였다.


K리그1(1부) 5연패, 통산 9번째 정상으로 향하는 전북 현대의 주장 홍정호(32)는 2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1’ 37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극심한 압박에 시달렸다. 앞선 수원FC와 3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3으로 진 전북이 우승에 가까워지려면 반드시 대구를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전의 흐름은 좋지 않았다. 상대의 공세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은 끝에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쪽은 전북이었다. 이 때 캡틴이 나섰다. 후반 2분 쿠니모토가 띄운 오른쪽 코너킥을 놓치지 않았다. 세트피스 공격에 가담한 홍정호는 문전 혼전 중 흐른 볼을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사기가 오른 전북은 후반 41분 문선민의 추가골까지 보태 2-0 완승을 거뒀다.


승점 73을 쌓은 전북의 기쁨은 또 있었다. 40분 뒤 킥오프된 경기에서 수원 삼성과 0-0으로 비긴 2위 울산 현대가 승점 71에 그쳐 우승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전북은 다음달 5일 시즌 최종전(38라운드)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비기기만 해도 또 한번 대관식을 치를 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팀을 구한 홍정호의 목소리에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긴장감이 엄청났다. 생각도 많았다. (수원FC 원정 패배로) 스트레스가 컸고, 훈련장에선 신경질적인 반응이 잦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하프타임 때 서로 ‘기회는 온다’는 얘기를 나눴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으나 한마음으로 준비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2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구FC와 전북현대 경기에서 전북 홍정호가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한교둰과 기뻐하고 있다. 대구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승리의 배경에는 합숙도 있었다. 전북은 홍정호의 제안으로 대구 원정을 앞두고 사흘간 클럽하우스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냈다. “37라운드는 오후 2시, 38라운드는 오후 3시 킥오프다. 이 시간에 맞춰 몸과 정신이 깨어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양해를 구했고, 모두가 선뜻 받아들였다. 제주전 역시 다시 (합숙을) 제안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홍정호가 전북을 살린 것은 이번 대구 원정만이 아니다. 9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원정경기도 대단했다. 3-3으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쿠니모토의 패스를 받은 문선민이 연결한 볼을 침착하게 차 넣어 값진 승점 3을 가져왔다.


5일 뒤 0-0으로 마친 울산과 홈경기 때는 혼신의 수비가 빛났다. 후반 41분 전북 골키퍼 송범근의 전진을 틈탄 울산 이동준의 헤더 볼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골문으로 달려 들어가 걷어냈다. 당시 2위를 달리던 전북은 울산과 승점 4점차의 간격을 유지했고, 파이널 라운드에 앞서 순위 뒤집기에 성공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헌신하는 베테랑이 그저 고맙고 안쓰럽다. “전북 주장이 받는 압박은 상상이상이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늘 솔선수범하고 먼저 파이팅을 불어넣는다. 올해는 큰 부상 없이 잘 보내주고 있어 더 미안하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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