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흔들거나 힘을 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1-30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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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버티면 버틸수록 힘들겠지만 IBK기업은행과 김사니 감독대행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팬들은 물론 많은 배구인들이 대놓고 일침을 가해도 변화는 없다. 매일 비난이 쏟아지지만 당분간은 감수하겠다는 눈치다.


사실 IBK기업은행으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하루빨리 새 사령탑을 선임해 김 대행을 대중의 눈에서 벗어나게 해야 여론이 잠잠해지겠지만, 급하다고 아무나 뽑을 수 없는 것이 감독이다. 게다가 이미 소문으로 회자되던 사람을 새 감독으로 선임하면 더 많은 리스크가 생길 수도 있다. 자칫 ‘뒷배’의 실체가 맞았다는 세간의 시선이 두렵다. 여기에 계속 코치를 하겠다는 김 대행에 대한 처리까지 얽혀있어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최근 배구계의 큰 어른인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일부 여자구단에선 감독의 위치가 프런트의 대리 밑이라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라는 지적이었다. 배구를 모르는 일부 구단이 감독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따끔하게 꼬집은 것으로 들린다. 이들 구단은 감독보다는 선수가 팀 성적을 좌우하고 믿는다. 그래서 몇몇 에이스에게 간이라도 내줄 듯 오냐오냐 하면서 감독의 선수 통제 및 지휘 권리를 외면했다. 이 때문에 점점 힘이 빠진 감독과 권력이 된 선수, 이들 사이에서 선수 편만 든 프런트가 자초한 팀워크 와해와 위계질서 훼손이 IBK기업은행 항명사태의 본질이다.

IBK기업은행 김희진. 스포츠동아DB


IBK기업은행 김희진이 인터뷰에서 말했듯 감독은 감독의 역할이 있고, 선수는 선수의 역할이 있다. 각자의 본분을 망각하는 순간 팀이라는 배는 산으로 오르게 돼 있다. 프런트가 아무리 용을 쓰고 능력을 쥐어짜도 선수를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 감독이 중요한데, IBK기업은행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감독의 힘만 빼려고 했다.


감독보다 비싼 몸값의 선수를 통제하기 위해 구단은 어떤 수단을 갖고 있을까. 조송화의 경우처럼 비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선수를 쉽게 내치지도 못하는 현실에서 구단이 사용할 카드는 무엇일까. 그래서 감독이 중요하다는 것을 IBK기업은행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우고 있다. 만약 IBK기업은행을 비롯한 구단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독의 위치를 재정립하고, 권한을 주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한다.


첫 번째, 경기 출전 엔트리의 축소다. 지금처럼 한 경기에 18명의 선수를 데리고 다닐 이유가 없다. 출전 엔트리를 12~14명으로 줄여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만 경기에 내보낼 권리를 감독에게 안겨라. 다음 시즌 연봉에 영향을 주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될 기회의 문을 감독이 통제해야 선수들이 말을 듣는다.

IBK기업은행 김사니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둘째, 선수단 내규를 강화하라. 훈련에 불성실하거나 무단으로 팀을 떠나는 선수와 코치에게 내리는 벌금은 가혹할 정도로 많아야 한다. 체벌도, 과도한 훈련도 금지된 상황에서 대화마저 거부한 사람을 통제할 유일한 방법은 돈이다.


끝으로, 이탈리아리그에선 감독이 선수의 연봉 지급을 최종 결정한다. 구단은 감독의 허락이 있어야만 월급을 준다.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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