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침묵의 3시간, NC 2군 타격왕이 다짐한 ‘멋진 아들’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1-12-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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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무에서 전역해 NC로 복귀한 서호철은 한층 단단해졌다. 내년 그의 목표는 “1군 야구장에서 내 이름 석 자를 새기는” 것이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가장 축하받을 순간. 자신과 무관한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다. 여파가 오래 가진 않았고 이내 진실이 밝혀졌지만 아쉬움까지 지워지진 않았다. 2021시즌 퓨처스리그 타격왕 서호철(25·NC 다이노스)은 마음고생의 순간, ‘멋진 아들’이 되겠다는 다짐을 아로새겼다.

2019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로 NC 유니폼을 입은 서호철은 2020년 여름 상무 야구단에 입대했다. 9라운드 지명자가 2년도 채 되지 않아 2군에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상무에서도 깜짝 발탁했다. 서호철은 지난해 2군 56경기서 타율 0.257, 2홈런, 24타점을 기록하며 군 생활에 적응했다. 이어 2021년 76경기서 타율 0.388, 6홈런, 56타점으로 만개했다. 2군 최종전에서 타율 1위에 오르며 타이틀도 따내 기쁨은 두 배 이상이었다.

“야구를 떠나 인생이 잘 풀렸으면”
10월 18일, 서호철의 군 복무 마지막 휴가일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말년 휴가를 떠난 이들은 미복귀 전역이었으니 사실상 제대일이었다. 부모님이 아들을 전라남도 순천 집에 태워가기 위해 경상북도 문경까지 차를 몰고 왔다. 하지만 그날 오전, 2군 타격왕 밀어주기 의혹이 보도됐다. 아무리 스스로 떳떳하고 결백하더라도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문경에서 순천까지 차로 3시간. 자초지종을 몰랐던 부모님은 서호철에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는 말만 건넸고, 이후 침묵으로 집까지 향했다.

NC 서호철.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전역 후 연락이 닿은 서호철은 “거의 묵념하는 상태로 집까지 간 것 같다”고 당일을 회상했다. 이어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았다. 하지만 내 스스로 떳떳했다. 노력해서 2년간 준비했기 때문에 사실이 바로잡힐 것으로 확신했다”고 돌아봤다. 마음고생의 시간을 견딘 것은 떳떳하다는 스스로의 확신, 그리고 동료들의 위로였다. 이동욱 NC 감독도 “자부심 가져도 된다. 네 성과”라고 격려했다. 서호철은 “NC, 또 상무 동료들이 위로와 확신을 더해줬다. 그 덕에 마음고생을 잘 치료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치왕 상무 감독 역시 고마운 사람이다. 서호철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기 때문에 성과로 이어졌다. 7일 연락이 닿은 박 감독은 “야구를 떠나 (서)호철이 인생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그만큼 성실하고 목표가 뚜렷한 선수는 흔치 않다”며 “그런 성숙한 모습 때문에 분대장도 맡겼다. 나 역시 호철이에게 많이 배웠다”고 응원했다.

멋진 선수와 멋진 아들, 분명한 2022 목표
아픔은 씻었다. 전역 후 딱 5일을 쉰 뒤 10월 23일부터 창원에서 열린 NC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이동욱 감독도 “군에 가기 전부터 좋았던 선수다. 준비를 잘해왔다. 3루와 2루, 1루에서 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고 기대했다.

서호철은 “솔직히 군대 가기 전까진 수비를 되게 못하는 선수였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웃은 뒤 “입대 전 마무리캠프~스프링캠프부터 군 복무 중 꾸준히 수비를 하며 조금 더 좋아졌다. 타격에서도 변화구 대처나 콘택트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또 탁구 박강현, 농구 박지훈, 배구 천종범 등 타 종목 선수들과 친분을 다지며 이들의 운동법도 익혔다. “확실히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하는 서호철의 표정은 밝았다.

NC 서호철.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우승의 순간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본 마음. 서호철은 “나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 안에서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다”고 회상했다. 입대 직후엔 막연했던 전역이 다가올 때쯤, 빨리 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각오로 가득했던 것도 자신감 때문이었다. 2군 타격왕을 차지했으니 이제 1군에서 검증받을 차례. 목표는 뚜렷했다. 좋은 아들, 그리고 좋은 선수였다.

“내년엔 창원NC파크에 내 이름 석 자를 새기는 게 목표다. 1군도 결국 똑같이 사람이 던지고 사람이 치는 곳이다. 쫄지 않고 덤비겠다. 부모님께도 멋진 아들이 되고 싶다. 군 복무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휴가도 거의 못 나갔다. 오랜만에 얼굴을 뵙는 날, 좋지 않은 일로 마음고생을 안겨드린 것 같아 지금까지 죄송하다. 내년엔 NC 팬들에게, 또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선수이자 아들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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