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역사를 이룬 전남, 의지와 관록이 가져온 4번째 트로피 [FA컵 결승 현장]

입력 2021-12-11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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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 CUP‘ 대구 FC와 전남 드래곤즈의 결승 2차전 경기에서 전남이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리그2(2부) 전남 드래곤즈가 프로·아마추어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FA컵 정상에 섰다.

전경준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이병근 감독의 K리그1(1부) 대구FC를 4-3으로 격파, 14년 만에 통산 4번째 우승 트로피(1997·2006·2007·2021)에 입을 맞췄다.

FA컵 파이널에서 상위리그 팀을 꺾고 우승한 최초의 하위리그 팀이 된 전남은 역시 1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직행티켓도 거머쥐었다. 대구는 정규리그 3위로 일찌감치 ACL 플레이오프(PO) 출전권을 얻은 상태였다.

1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 CUP‘ 대구 FC와 전남 드래곤즈의 결승 2차전 경기에서 전남 박찬용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드라마틱한 90분이었다. 지난달 24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홈 1차전에서 0-1로 패한 전남은 2골 이상 넣고 승리해야 우승할 수 있었다. 화력이 강하지 않은 팀 사정상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그러나 전남은 포기하지 않았다. 적지에서 무려 4골이나 몰아쳤다. 경기 초반부터 원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며 서로의 빈틈을 찾던 전반 25분 세트피스 공격에 가담한 대구의 베테랑 수비수 홍정운이 팔꿈치로 상대 선수 얼굴을 가격해 비디오판독(VAR) 끝에 레드카드를 받았다.

조심스런 경기운영을 하던 전남은 수적 우위를 점하자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전반 38분 미드필더 정재희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연결한 낮은 크로스를 어느새 공격에 깊이 가담한 박찬용이 밀어 넣어 리드를 잡았다.

1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 CUP‘ 대구 FC와 전남 드래곤즈의 결승 2차전 경기에서 전남 정재희가 골을 넣자 전남 축구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토너먼트 무대의 단판승부, 그것도 큰 경기일수록 선제골이 중요한 법이다. 연장·승부차기 시나리오가 지워진 순간이었다.

대구는 전반 40분 세징야가 후방에서 날아든 패스를 침착하게 머리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 킥을 날려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래도 전남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전반 44분 왼쪽 코너킥이 골라인을 통과했다. 대구 수비진의 순간적 방심이 화를 불렀다. 대구는 후반전을 시작하며 이용래, 츠바사를 투입해 변화를 줬다.
전략이 통했다. 후반 6분 정태욱이 긴 다리로 오른쪽에서 띄운 크로스를 에드가가 껑충 뛰어올라 헤더 골을 터트렸다. 스코어 2-2. 균형은 금세 깨졌다. 불과 3분여 만에 외국인 미드필더 올렉이 대구 수비수의 헤더 미스를 받아 오른발로 다시 득점했다.

1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 CUP‘ 대구 FC와 전남 드래곤즈의 결승 2차전 경기에서 전남이 우승을 차지한 뒤 지도자상을 수상한 전경준 감독이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구가 후반 21분 전남 고태원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골키퍼 박준혁의 캐칭 미스를 츠바사가 받아넣었다. 전남의 시나리오는 딱 하나가 됐다. 무조건 이기면 모든 걸 얻을 수 있었다. 후반 30분 정호진이 무리한 파울로 경고누적 퇴장을 당해 10명씩 싸우게 됐음에도 전남은 전반 37분 발로텔리의 패스를 받은 정재희가 왼발로 치열한 승부에 방점을 찍었다.

대구는 후반 추가시간 에드가가 문전에서 전남 수비에 걸려 넘어져 PK를 유도해봤으나 VAR로 판정이 취소, 2018년 이후 3년 만의 통산 2번째 우승이 좌절됐다.

대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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