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소방수’ 서울 안익수·강원 최용수 감독은 닮았다? [스토리사커]

입력 2021-12-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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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안익수 감독(왼쪽), 강원FC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해가 저무는 이맘때면 가장 많이 들려오는 사자성어가 ‘다사다난’이다. 올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옷깃엔 희로애락이 방울처럼 매달렸다. K리그도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프로축구는 쉼 없이 달렸다. 12일 열린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승강 플레이오프(PO)를 끝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가끔은 비틀거렸지만, 그래도 K리그는 또 한 뼘 자랐다.

K리그 같은 장기 레이스의 꽃은 ‘우승’이다. 대다수 팬들의 관심은 최후의 승자에게 쏠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승격과 강등의 교착점에 있는 ‘잔류’ 또한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다. 특히 올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이뤄진 감독 교체는 큰 화젯거리였다. ‘생존’이라는 특명을 받은 2명의 감독이 소방수로 전격 투입됐는데, 모두 임무를 완수했다. 주인공은 FC서울 안익수 감독(56)과 강원FC 최용수 감독(48)이다.

감독을 바꾼다고 해서 성적이 곧바로 수직상승하진 않는다. 성적은 결국 감독의 능력에 달렸다. 두 감독은 빠르게 조직을 추슬러 팀을 안정시켰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만하다. 9월에 지휘봉을 잡은 안 감독은 11경기에서 6승4무1패를 기록하며 한 때 다이렉트 강등을 걱정됐던 서울을 7위로 끌어올렸다. 11월에 선임돼 파이널라운드 2경기를 치른 최 감독은 11위를 마크했고, 승강 PO에서 대전을 따돌리고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FC서울 안익수 감독. 스포츠동아DB


벼랑 끝에서 살아남아 팀의 목표를 이룬 이들은 닮은 게 많다.

우선 산전수전 다 겪은 풍부한 경험이다. 안 감독은 프로는 물론이고 대학, 여자, 연령별 대표팀 등을 통해 공부를 많이 한 지도자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맛봤다. 그 과정에서 한걸음씩 전진해왔다. 최 감독은 K리그에서 잔뼈가 굵었다.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스타 감독으로 명성을 쌓았다. 중국 무대도 경험했다. 나이에 비해 내공이 상당한 수준이다. 결국 이렇게 축적된 경험치로 달콤한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둘 다 언변이 뛰어나다. 그냥 말 잘하는 게 아니다. 선수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질 줄 아는 지도자다.

안 감독은 취임하면서 잔류에 목을 맨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메시지를 주는 서울다운 축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명예, 자존심, 자긍심 등의 단어를 동원해 구단 브랜드 가치를 언급했다. 뜬구름 잡는 얘기 같았지만, 결국 선수들을 한 데 묶어냈다. 아울러 선수들에게 자기관리 잘해서 상품가치를 높이라는 묵직한 직구도 날렸다.

강원FC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최 감독은 언어구사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강원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도전, 미래, 희망 등을 힘주어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헌신과 희생에도 방점을 찍었다. 이런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온전히 전해졌다. 구단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이영표 대표와의 소통도 빼놓지 않았다. 구단 전체의 단합을 위한 메시지였다.

카리스마가 강한 것도 닮았다. 둘은 선수들을 휘어잡는 힘이 있다. 자신의 철학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같은 방향으로 따라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팀워크를 우선시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를 관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어쨌든 잔류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내년 시즌이 더 궁금해진다. 이젠 강등 걱정이 아니라 상위그룹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 그리고 우승을 화두로 삼을 것이다. 어떤 비전을 제시하면서 시즌을 시작할지 지켜볼 일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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