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선영·최대훈·김나연 아픔 극복기, 응원할 수밖에 (보통의 재화)

입력 2021-12-18 0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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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17일 방송된 UHD KBS 드라마 스페셜 ‘보통의 재화’(연출 최연수 극본 김성준)에서는 불운의 아이콘인 것도 모자라 공황장애 진단까지 받아버린 보통 아닌 여자 김재화(곽선영 분)의 인생 우기 탈출기가 그려졌다.

‘보통의 재화’는 산책 도중 난데없이 껌을 밟는가 하면, 끓이던 라면 봉지에 스프가 들어있지 않는 등 이유 모를 불운을 겪는 김재화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그녀는 횡단보도 앞에서 물벼락을 맞을 위기에 놓이자 우산을 펼치면서 “한 번 사는 인생 루저로 종칠 순 없지. 절대, 네버, 에버!”라고 다짐, 새로운 변화를 예고헀다.

하지만 당찬 외침과 달리, 집과 회사를 불문하고 그녀의 곁에는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군중 사이에서 정신을 잃은 그녀는 정신과 의사 최병모에게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도. 최병모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김재화를 보면서도 반복되는 업무에 무뎌진 듯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무미건조한 면모로 그녀와의 상반된 온도차를 보였다.

진료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던 김재화는 아파트 부녀회장의 딸인 여중생 안희정과 처음 만나게 됐다. 김재화는 팔짱을 낀 채 자신을 감시하는 안희정의 행동에 투덜거렸지만, 며칠 뒤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그녀를 발견하기도. 이날 자신이 일하는 콜센터 고객들에 이어 처음 본 학생들에게도 ‘재수 없다’는 말을 들은 김재화는 결국 폭발, 괴성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해 안희정을 건드리던 아이들을 도망가게 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분출한 김재화는 최병모와의 상담에서 “기분이 좋더라고요”라고 짜릿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에 그녀는 불운을 극복하려고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들에게 고통을 되갚아 주는 것을 선택했다. 그녀는 요청사항을 들어주지 않던 배달원에게 솔직하게 화를 내는 것은 물론, 안희정을 자신의 딸이라고 거짓 소개하며 자신의 절친과 바람이 났던 첫사랑 하정우(오동민 분)에게 한 방 먹이는 등 나름대로의 통쾌한 행보를 이어갔다.

김재화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모습을 보였으나, 최병모는 그녀의 선택이 답이 아닌 것을 알고 근원적인 치료를 위해 ‘부모님’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지만, 엄마가 걱정할까 봐 자신의 아픔을 숨기는 ‘애어른’ 같은 안희정으로 인해 마음이 움직인 듯 다시금 진료실로 향했다. 김재화는 학창시절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했던 경험을 털어놓았고, 이를 듣던 최병모는 “하기 싫으면 싫다, 힘들면 힘들다, 내 마음은 이렇다, 표현해도 됩니다. 살면서 한 번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라는 진심 어린 조언으로 파동을 일으켰다.

굳은 결심을 안고 집으로 향한 김재화는 자신의 속도 모르고 아버지의 보청기를 사주자는 어머니에게 거절 의사를 내비치다 결국 분노를 터트렸다. 이윽고 그녀는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외면했던 어머니에게 “정말 내가 안쓰러웠으면 한 번은 물어봤었어야지. 한번은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야지!”라며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쏟아냈다. 그러나 누구보다 힘들었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 그녀는 불행의 ‘진짜’ 원인이 스스로 움츠러들었던 자신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맞닥뜨렸다.

집에서 나온 그녀는 오열하며 편의점으로 향했고, 상처투성이가 된 안희정을 마주쳤다. 안희정은 김재화에게 “아줌마, 재수 없게 안 생겼어요. 그리고 꽤 괜찮은 어른 같아요”라고 고백했다.

며칠 뒤 김재화는 하정우와 결혼한 옛 절친 박수진(오혜원 분)을 만났다. 그녀가 미안함은커녕 뻔뻔한 태도를 보이자, 김재화는 최병모에게 이를 털어놓으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병모는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화를 내며 새로운 변화를 보여줬다. 또, 진심으로 김재화의 아픔에 공감하게 된 최병모는 약을 거부하던 그녀를 이해하고, 상담으로 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약물치료 중단을 권유했다. 이어 “지금부턴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김재화 씨 자신을 위해서”라는 뭉클한 응원을 전했다.

안희정 또한 더는 참지 않고 괴롭힘에 맞서기 시작, 때마침 나타난 김재화와 힘을 합쳐 학교 폭력의 주동자들과 한바탕 싸움을 펼쳤다. 상처투성이 몰골이 된 김재화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안희정의 손을 맞잡고 ‘공포’의 대상이었던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 마침내 성공, 아픔을 딛고 행복으로 가득할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이렇듯 ‘보통의 재화’는 남모를 아픔에 힘겨워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보통’의 누군가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다채로운 감정선을 그려내는 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 서로를 치유하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긴 여운을 남겼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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