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님 있는 곳까지!” 롯데 안방 ‘퍼피’, 떠난 스승 향한 각오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1-12-19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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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성빈(왼쪽)은 고졸로 입단한 2021시즌, 최현 코치의 디테일한 지도를 받았다. 최 코치가 ML로 떠나자, 언젠간 그가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포부도 남겼다. 사진제공 | 손성빈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ML)에서 활약한 이가 코치로 한국에 왔다. 그에게 지도받는 포수들은 새로운 환경과 방식에 눈떴다. 비록 KBO리그행 2년 만에 한국을 떠나 ML 코치로 영전하게 됐지만 유산은 선명하다. 올해 입단해 1년간 호흡을 맞춘 고졸신인은 더 큰 꿈을 새겼다. 손성빈(19·롯데 자이언츠)은 최현 미네소타 트윈스 코치(33)에게 확실한 다짐을 남겼다.

미네소타는 최근 최현 코치(미국명 행크 콩거)를 배터리 및 1루코치로 영입했다. 2010년 LA 에인절스에서 ML에 데뷔한 최 코치는 7시즌 통산 373경기에서 타율 0.221, OPS(출루율+장타율) 0.660을 기록했다. 두드러지는 타격지표는 아니었지만 포수 프레이밍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20시즌에 앞서 롯데와 계약하며 프로 지도자로 첫 발을 뗐다.

최 코치는 2년간 배터리코치를 맡은 것은 물론 올해 5월 래리 서튼 감독 체제로 접어들면서 수석코치도 겸임했다. 서튼 감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로 격리됐을 땐 대행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소통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초 2022시즌까지 동행이 예정됐으나, ML 코치로 러브콜을 받자 롯데도 주저 없이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롯데 선수단 대부분이 아쉬워했는데 그 깊이는 포수진 쪽이 더 크다. 상무 야구단에 합격해 13일 논산 훈련소에 입소한 손성빈도 그렇다.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최 코치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손성빈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최 코치님께 미리 소식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축하드릴 일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뗐다.

최 코치는 당초 상무 입대를 앞둔 손성빈에게 포수 미트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문에 연락을 하자 미네소타로 떠나게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상무 지원 당시 “합격하면 2022시즌에 롯데 2군과 상동에서 퓨처스리그 경기를 할 때 직접 보러 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컸다.

롯데 손성빈. 스포츠동아DB


롯데 손성빈. 스포츠동아DB


손성빈은 고교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에서 최 코치의 지도를 처음 받았다. 이후 영상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는 등 꾸준히 소통했다. 비록 1군에 머무는 시간이 두 달도 채 안 됐지만 깊은 신뢰를 쌓은 이유다. 손성빈은 “섬세한 영역을 많이 배웠다. 특히 투수와 호흡하는 법 등은 처음 배우는 내용들이었다. 디테일하게 잘 배운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함께 한 시간은 1년도 채 안 되지만 가르친 것과 배운 것, 그 속에서 쌓은 정은 깊다. 손성빈은 떠나는 최 코치에게 “1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전역 후 더 성장해 코치님 계신 곳까지 가겠다. 큰 목표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 포수 중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 소통이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다짐이지만 손성빈의 포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들은 최 코치도 “미국에서도 꾸준히 지켜보겠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 달라. 무엇이든 답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최 코치는 손성빈을 ‘퍼피’라고 불렀다. 손목에 튜브 밴드를 묶고 훈련하는 모습이 강아지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롯데 안방의 퍼피는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지 않나”라며 “코치님이 계속 지켜본다고 하셨으니 상무에서도, 전역 후 롯데에서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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