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은 IBK기업은행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2-27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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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사령탑이 바뀐 뒤 3연패. 2경기는 0-3 완패였고, 한 경기는 2-3 패배였다. 고작 승점 1을 땄지만, 상대한 팀들의 평가는 달랐다. “확실히 달라졌다”, “앞으로 무서워질 것 같다”고 했다. 단순히 7년 만에 V리그 현장으로 복귀한 베테랑 감독을 향한 예우의 말은 아니다.


2021~2022시즌 가장 큰 화제의 팀 IBK기업은행의 배구가 변했다. 김호철 감독(66)이 지휘봉을 잡고 나서 달라진 것들이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비다. 상대 공격수들이 당황할 정도로 수비가 촘촘해졌다. 김 감독이 선택한 압박수비 덕분이다.


IBK기업은행은 23일 도로공사와 홈경기부터 압박수비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선수들은 가로 세로 9m의 코트를 모두 커버하지 않는다. 좌우로 1m씩 폭을 좁혔고, 엔드라인에서 1.5~2m 앞으로 당겨 수비대형을 짰다. 선수들은 수비범위를 좁힌 대신 좁혀진 그물 안에 들어오는 공은 걷어내 반격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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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좋았다. 수비범위가 줄면서 IBK기업은행 선수들의 손에 걸린 공이 많아졌다. 높은 타점에서 꽂아 때리는 스타일의 도로공사 켈시가 1~2세트에 고전했던 이유다. 평소라면 득점이었겠지만 잡아내자 적잖이 당황했다. 김 감독은 “뒤로 넘어가는 공은 먹어도 된다”며 계속 압박을 주문했다. 26일 현대건설과 원정경기를 앞두고는 “상대 공격수의 스타일에 따라 수비에 변화를 주겠지만, 현재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감안했을 때는 압박수비가 효율적이다. 아직은 상대 공격을 리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26일 3-0으로 이기고 5연승을 달린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IBK기업은행의 빨라진 연결을 언급했다. 세터 김하경이 연결하는 패스에 스피드가 붙으면서 현대건설의 블로킹이 애를 먹었다. 김정아 전력분석관도 “(김호철) 감독님이 가신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백패스가 빨라지면서 김희진이 훨씬 편하게 공격한다”고 분석했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도 “상대가 예전과 다른 패턴으로 빠르게 가다 보니 블로킹 때 우리가 당황했다. 앞으로 굉장히 좋아질 것 같다. 높이도 있고 공격력이 좋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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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세터 출신답게 김 감독은 IBK기업은행을 맡은 뒤 세터들에게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있다. 주전 세터 김하경, 보조 세터 이진에게 실전에서 공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눈높이 교육을 하고 있다. 일단 가진 능력에서 최대한 장점을 살렸다. 훨씬 편안해진 마음가짐에서 몇 가지 문제를 수정하자 패스가 질적으로 달라졌다. 조송화의 느린 패스에 익숙했던 공격수들과 타이밍이 맞아가면서 팀의 공격에 스피드와 힘이 붙었다.


가장 근본적 변화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다. 23일 도로공사와 풀세트 혈투를 치른 다음날 오전에도 IBK기업은행은 훈련을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요하진 않겠다고 했다. 대신 선수들이 왜 이 훈련을 해야 되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부임하기 전에 벌어진 일은 불문에 붙이고 지금부터는 프로선수다운 모습과 자세, 훈련태도를 보여줄 것만을 요구했다.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김 감독은 오후 훈련을 마치고 퇴근하는 몇몇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했다. “(집에) 갈 수는 있지만 당연히 가는 것은 아니다. 팀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야간훈련을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어느 베테랑 선수는 집에 가서도 어떤 음료를 마시는지 절제하는 모습을 김 감독에게 문자로 보고할 정도로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 다양한 변화가 경기 결과로는 더디게 나타나겠지만, 호랑이 감독이 느슨했던 IBK기업은행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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