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와 러셀이 선택한 변화와 점점 더 뜨거운 봄배구 경쟁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2-02-22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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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레오(왼쪽), 삼성화재 러셀. 스포츠동아DB

정규리그 종료까지 26경기를 남겨놓은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에선 역대급 순위경쟁이 한창이다. 7위 현대캐피탈과 3위 우리카드의 승수(13승)마저 같아 어느 팀도 ‘봄배구’ 출전을 장담하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잠시 쉬고 있지만, 모두의 이해가 걸려 어떻게든 시즌을 완주해야 한다.

최근 몇몇 구단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와 14개 구단 사무국장들은 21일 오전 온라인 회의를 했다. 논의 결과 매뉴얼대로 시즌을 완주한다는 대전제 하에 상황이 여의치 않은 남자배구는 당초 25일에서 28일로 사흘간 더 시즌 재개를 미루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사회의 서면결의를 받아 21일 오후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추가적인 상황변동에 따라 경기일정은 유동적이지만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팀은 4위 OK금융그룹(15승14패)과 5위 삼성화재(13승15패)다. 같은 승점 39의 두 팀은 최근 의미 있는 변화를 택했다. OK금융그룹은 외국인선수 레오의 포지션을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변경했고, 삼성화재는 라이트 러셀에게 가는 패스의 높이를 낮췄다.

OK금융그룹 레오. 스포츠동아DB


13일 현대캐피탈에 3-0 완승을 거둔 OK금융그룹은 레오의 포지션 변경 효과를 확인했다. 에이스 레오의 리시브 부담을 덜어주면서 공격력을 극대화키겠다는 목표가 확실한 포지션 변경이었다. 당시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레오가 라이트를 해본 적은 없지만, 이제 모험을 걸 때다. 팀의 새로운 옵션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날 레오는 26득점(공격성공률 52.27%)을 기록했다. 직전 대한항공전의 11득점, 공격성공률 30.43%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물론 한 경기만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선수 펠리페가 출전하지 않았고, 주전 센터 최민호도 부상으로 경기 도중 빠져 블로킹 벽이 낮아졌다. 라이트 레오의 성공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주전 세터 곽명우가 훨씬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레오에게 향하는 레프트 방향의 패스에 부담이 컸던 터였다. 레오의 점프 스피드와 곽명우의 패스 속도가 맞지 않아 레오의 장점인 높은 타점을 살리지 못했다. 석 감독은 레오에게 “뛰어드는 타이밍을 조금 늦춰보라”고 주문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에게 부담을 갖던 차에 포지션 변경은 절묘한 해결책이 됐다. 일단 곽명우가 라이트 방향으로 올리는 패스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레오의 점프 타이밍과도 높이나 스피드가 맞았다. 열흘 넘는 경기일정 중단으로 손발을 더 맞춰볼 시간도 벌었다. OK금융그룹-우리카드의 남은 2차례 맞대결은 봄배구 출전팀의 윤곽이 드러날 분수령이다.

삼성화재 러셀. 스포츠동아DB


러셀의 공격성공률에 팀의 운명을 건 삼성화재도 4라운드 도중 변화를 줬다. 주전 세터 황승빈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1월 5일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러셀에게 “조금 더 빨리 가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패스의 높이를 낮췄다. 그날 러셀은 35득점(공격성공률 50.82%)을 올리며 팀의 5연패를 끊었다. 팀이 가장 어려울 때 선택했던 변화의 효과를 확인한 러셀은 그날을 계기로 황승빈과 호흡이 갈수록 향상됐다.

그동안 러셀의 높은 타점을 살릴 방법을 고민하던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도 빠른 연결패스에서 해답을 확인했다. “러셀에게는 낮고 빠르게 가는 것이 맞는 듯하다. 앞으로는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 경기 이후 정말로 러셀은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패스의 높이를 낮춰 치른 7경기 중 6경기에서 50% 넘는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최고는 1월 18일 OK금융그룹전의 67.86%였고, 11일 우리카드를 상대로도 64.44%를 찍었다. 삼성화재는 시즌이 재개되면 대한항공, KB손해보험을 상대한다. 러셀이 두 팀을 상대로 50% 넘는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면 봄배구 경쟁은 점점 더 뜨거워진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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