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왕국’ 꿈꾸는 SSG, 불펜 유형 다양화 기대감 UP

SSG 박민호, 장지훈, 신재영, 윤태현(왼쪽부터). 사진제공 | SSG 랜더스

SSG 랜더스는 지난해 선발투수들의 줄부상으로 마운드 구성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10개 구단 중 최하위(10위)였던 선발진 평균자책점(ERA·5.29)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나 불펜 ERA는 4위(4.32)였다. 선발투수가 무너지면서 과부하가 걸렸음에도 잘 버텨냈다는 의미다. 5월 이후부터는 애초 구성한 5선발(윌머 폰트-아티 르위키-박종훈-문승원-이건욱)이 모두 정상 가동된 시기가 없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지만, 불펜은 기대이상으로 역투했다.

다양한 유형의 투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SSG 불펜의 가장 큰 강점이다. 좌완(김태훈, 김택형)과 우완(서진용, 김상수, 이태양), 잠수함(장지훈, 박민호)까지 언제든 필승계투조로 나설 수 있는 투수들이 유형별로 버티고 있었다.

낮은 각도에서 투구하는 잠수함투수(우완 기준)는 우타자에게 상당히 까다로운 존재다. 특히 투심패스트볼, 싱커 등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구종을 던질 수 있다면 스페셜리스트로서 역할은 극대화된다. 팀으로서도 경쟁력 있는 잠수함투수가 여럿 있다면, 정통파 투수들 사이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신인 장지훈이 SSG 불펜에 큰 힘을 불어넣었던 것도 기존의 필승계투조 사이에서 잠수함투수의 희소성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결과다.

SSG 조웅천 투수코치. 스포츠동아DB

올해도 SSG 불펜에서 잠수함투수들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호와 장지훈을 비롯해 재기를 노리는 2016년 15승 투수 신재영, 1차지명 신인 윤태현 등이 제주 서귀포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역 시절 잠수함 불펜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조웅천 투수코치의 지도 또한 이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마운드 사정이 나아진 점도 기대를 키운다. 6월 복귀를 위해 재활 중인 박종훈과 문승원이 문제없이 돌아온다면 불펜의 부담도 한결 줄어든다. 풍부한 자원을 유지하면서 체력부담을 덜면 그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