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로 나프타 가격 급등…석유·화학업계 비상 걸렸다

입력 2022-03-01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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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나프타(Naphtha) 가격도 함께 요동치며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나프타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때문이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만들어지기 때문에 원유가격이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덩달아 뛴다.
2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25일 톤(t)당 910.7달러까지 급등했다. 2월 초(837.6달러)와 비교하면 8.7%, 1년 전(599달러)과 비교하면 52%나 올랐다.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생산하는 주요 제품의 원료다.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 각종 화학제품의 주요 원료로 ‘산업의 쌀’로 불린다. 사실상 거의 모든 소비재에 나프타를 원료로 한 석유화학 제품이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 또한 석유화학 제조원가 중 나프타가 약 7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원료다.


●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비중 매우 높아

문제는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품목이 나프타라는 데 있다. 2월 28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러시아 의존도가 20% 이상인 제품 118개 가운데 나프타의 수입 규모가 43억8302만 달러(약 5조3000억 원)로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나프타 전체 수입액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667만톤)였다.

아직까지는 러시아산 나프타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만약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이 제한되면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나프타 물량을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중동에 수요가 몰리면서 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발 빠른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프타 가격은 이미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깝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화학업계는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정부에 한시적으로 수입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없애달라며 ‘긴급할당관세’를 요청하기도 했다. 나프타 수입에 대한 관세 0.5%를 한시적으로 철폐해달라는 요구다.

업계에서는 “공급망을 바꾸는 데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무엇보다 유가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국제 유가는 무섭게 치솟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주요 천연가스·원유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일부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2월 28일 AFP통신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6.27% 급등한 배럴당 97.33달러, 브렌트유는 5.24% 오른 배럴당 103.06달러에 거래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제유가는 120~13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컨설팅 업체인 리스태드 에너지는 상황이 악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JP모건체이스는 120달러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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