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첫 수상·2년연속 여성감독상·OTT 오리지널 첫 작품상…달라진 아카데미

입력 2022-03-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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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성 소수자와 장애인 그리고 여성과 비백인들이 펼친 다양성의 조화로움. 28일(한국시간) ‘백인 남성’ 위주의 보수적·배타적 분위기를 다시 떨쳐내며 다양성을 아우르는 축제로 우뚝 선 제94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가리키는 키워드다. 또 처음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영화에 최고상의 영예를 안겨 눈길을 끌었다.

여성인 션 헤이더 감독이 연출하고 출연자 대부분이 청각장애인인 ‘코다’는 작품상과 각색상 등 3관왕을 거머쥐며 아카데미상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트로이 코처에게는 남우조연상을 안기며 그를 세 번째 장애인 수상자로 기록했다. 코처와 부부 호흡을 맞춘 마리 매틀린이 1987년 여우주연상, 제2차 세계대전에서 두 팔을 잃은 해럴드 러셀이 1947년 남우조연상을 각각 받은 바 있다.

시상식은 지난해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에 이어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며 2년 연속 여성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1994년 ‘피아노’로 후보에 올랐지만 ‘쉰들러 리스트’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트로피를 내준 제인 캠피온은 여성감독으로는 최초로 두 차례 후보에 지명돼 2009년 ‘하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과 지난해 클로이 자오 감독에 이어 여성감독으로서 세 번째 수상자가 됐다. 94년의 아카데미 역사상 감독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여성감독은 7명에 불과하다.

‘킹 리차드’로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윌 스미스는 역대 다섯 번째 흑인배우로 남게 됐다. ‘타미 페이의 눈’으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제시카 차스테인은 제작자로도 참여한 영화로 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배우이다.

여우조연상은 라틴계 흑인이자 성소수자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리아나 드보스에게 돌아갔다. 그는 동성애자로서 성 정체성을 밝혀온 최초의 수상자이다, 조디 포스터 등이 수상한 바 있지만 이들 모두 시상식 이후 커밍아웃했다.

트랜스젠더 배우인 엘리엇 페이지는 영화 ‘주노’의 개봉 15주년을 맞아 함께 출연한 제니퍼 가너, J.K.시몬스와 함께 각본상 시상자로 무대에 섰다. ‘주노’ 촬영 개봉 당시 ‘엘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여성이었던 그는 2018년 동성 연인과 결혼해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엘리엇’으로 개명해 활동 중이다.


이번 시상식은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속에서 힘을 발휘한 OTT의 위력을 새삼 확인시켜졌다. 애플TV+의 ‘코다’가 OTT 오리지널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앞서 넷플릭스의 ‘아이리쉬맨’, ‘로마’ 등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최다 부문(12개) 노미네이트작 ‘파워 오브 도그’를 비롯해 올해 후보에 오른 OTT 작품은 무려 40여 편에 이른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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