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99% 대폭락…거래소서 퇴출 잇달아

입력 2022-05-16 0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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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암호화폐 루나가 휴지 조각 수준으로 폭락한 가운데,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표시된 비트코인 시세. 뉴시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암흑기 오나

테라 가치안정 위해 루나를 담보로
소위 ‘암호화폐 돌려막기’ 문제 커져
테라폼랩스 법인 해산해 신뢰도↓
“금융사기·러그풀” 투자자들 비난
이번 사태로 시장 장기침체 우려도
한때 시가총액 10위권 내에 들었던 국내산 암호화폐 루나(LUNA)와 테라(UST)가 휴지 조각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루나, 99% 하락 원인은

15일 오후 2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BTC마켓(비트코인으로 암호화폐 거래)에서 1루나 가격은 0.00000002BTC(약 1원)으로, 6일 0.0021BTC(약 8만4000원)에서 대폭 하락했다. 99% 폭락한 것이다.

이번 폭락의 원인 파악을 위해서는 루나와 테라 코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와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의장이 공동 창업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코인으로, 테라 생태계에서 상호보완재 역할을 해왔다.

특히 테라는 미국 달러화에 1대1로 고정돼 1달러를 유지하도록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스테이블(안정적) 코인이다. 이를 위한 일종의 담보역할을 현금이나 국채가 아닌 또 다른 자체 암호화폐인 루나가 해왔다.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루나를 팔아 테라를 사들여 달러화와의 가치 고정을 유지했다. 또 테라의 가격이 1달러보다 높아질 때는 이를 반대로 해왔다.

결국 법적·제도적 신뢰 기반이 없는 암호화폐 루나가 담보가 돼 소위 ‘코인 돌려 막기’ 방식으로 공급량을 조절한 것이 문제가 됐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하면서 테라의 시세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는데도 가격이 복구되지 않았고, 테라를 떠받치는 루나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싹트면서 루나에 대한 대량 뱅크런(예금 인출을 위해 몰려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너도 나도 루나를 내다 팔고 이를 받아줄 사람이 없자 끝없는 추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4월30일 진행된 주주총회 결의로 테라폼랩스코리아 법인이 해산된 것도 국내 투자자의 신뢰도를 크게 하락시키는 계기가 됐다.

결국 테라폼랩스는 13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테라 블록체인의 공식 중단을 공지했고, 이에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잇따라 루나에 대한 거래지원 종료를 예고했다.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시작으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고팍스, 업비트, 빗썸이 각각 16, 20, 27일 루나를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권 대표는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내 발명품(루나·테라)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실패를 자인했다.



●시름 깊어지는 루나틱

이처럼 루나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자 일명 ‘루나틱’이라 불리는 루나 코인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15일 암호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루나에 대해 ‘스캠(사기)’,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러그풀(가상자산 개발자가 프로젝트 투자자들을 모은 뒤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도주하는 사기기법)’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또 “마통(마이너스 통장) 뚫어서 5000만 원을 넣었는데 완전히 박살났다”며 투자 손실에 대한 게시물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적극적 투자성향을 가진 2030세대의 피해가 큰 가운데, 테라폼랩스를 향한 분노 표출도 적지 않다. 13일에는 권도형 대표의 자택 아파트 공용 현관에 몰래 들어가 초인종을 눌러 “남편이 집에 있느냐”고 물어본 뒤 달아난 남성이 자수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는 아프리카TV에서 코인방송을 하는 BJ로 “루나를 20억 원어치 풀매수했다”고 주장했다.

또 투자 손실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예고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오자 ‘경찰이 주말 사이 마포대교 순찰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퍼지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15일 오후 2시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3938만8000원이다. 12일 오후 4시 3750만 원까지 주저앉은 것에 비해 약간 반등했지만,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가인 8720만 원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루나 사태가 모든 암호화폐 시장이 실패했다는 인식을 개인 투자자에게 심어줘 시장의 위축과 함께 장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금융당국이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국내 암호화폐 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특히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새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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