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우가 잘 풀리는 게 개명 효과? 성공한 개명파는 누구? [스토리사커]

입력 2022-05-20 06: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수원 전진우.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이름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변경 절차도 까다롭다. 특히 스포츠 선수에게 이름은 고유 브랜드다. 그 속엔 땀과 눈물로 써내려간 이력이 담겨있다. 함부로 바꿀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거나 큰 부상을 당했을 때 한번 쯤 떠올려보는 게 개명(改名)이다. 어두운 터널을 뚫고 더 나은 세상으로 달려가겠다는데,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K리그 레전드’ 이동국(43)은 한자를 바꾼 케이스다. 2007년 7월 이름 가운데 글자인 동자를 ‘동녘 동(東)’에서 ‘같을 동(同)’으로 교체했다. 한글이 아니라 한자를 바꿔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그의 심경은 복잡했다.

그 해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미들즈브러에 입단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리그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앞서 2002년 한·일월드컵 엔트리 탈락에 이어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몇 년 간 견디기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역술인의 도움으로 개명한 뒤부터 행운이 따랐다. 2009년 1월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은 뒤 10여 년간 최고의 활약으로 K리그에 큰 족적을 남겼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개명이 확인된 은퇴선수는 이동국을 포함해 모두 30명이다.

강원 이정협. 스포츠동아DB


현역 중엔 7명이 개명파다. 그 중 이정협(31·강원) 스토리가 가장 유명하다. 원래 이름은 이정기다. 2014년 상무에 입대하면서 이름을 바꿨는데, 그 후 축구인생이 달라졌다. K리그에서 승승장구한 것은 물론이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독일)이 이끈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전국구 스타가 됐다.

김주원(제주 유나이티드) 박배종(수원FC) 김명준(경남FC) 이승빈, 장유섭(이상 안산 그리너스) 등이 새 이름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화제를 모으는 개명파는 전진우(수원 삼성)다. 2경기 연속골로 수원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원래는 전세진이다. 매탄중~매탄고를 거쳐 2018년 수원에 입단한 그는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상무에 입대한 뒤 교통사고를 당했고, 제대 후 수원에 복귀해서도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 시즌 9경기 출전에 득점은 없다. 2년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는 올 초 개명했다.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확실히 달라졌다. 이번 시즌 3경기 출전에 2골을 넣었다. 시즌 첫 선발 출전한 성남FC와 12라운드 경기에서 극장 골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무려 4년 만에 득점한 뒤엔 눈물까지 흘렸다. 골 맛을 본 뒤 자신감이 생겼다. 13라운드 김천 상무와 홈경기(2-1 승)에서도 결승골로 팀을 구했다. 죽기 살기로 뛰는 그의 모습에서 이미 개명의 효과는 확인됐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