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헤어질 결심’, 탕웨이·박해일로 완성한 폭력 없는 어른의 사랑 [이승미의 여기는 칸]

입력 2022-05-24 2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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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CJ ENM

“폭력과 섹스 없는 어른의 사랑”. 거장 박찬욱 감독이 탕웨이와 박해일과 함께 ‘헤어질 결심’을 통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6년만의 신작 장편영화 ‘헤어질 결심’이 2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 월드프리미어를 통해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중국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이 주연을 맡은 영화는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건의 얽힌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탐정물과 로맨스 장르를 절묘하게 결합해 눈길을 끌었다.

첫 공개와 동시에 국내외 매체 및 평론가로터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외신들은 ‘헤어질 결심’을 ‘올드보이’ 이후 박찬욱 감독의 최고작으로 꼽으며 “올해 영화제 경쟁 부문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절정에 도달한 연출력”이라고 감탄했다.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 박해일은 상영 이후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전 세계 취재진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 폭력과 노출 수위가 높은 영화를 주로 만들어왔던 박 감독에게는 이번 영화에는 ‘폭력을 배제’한 이유를 묻는 외신의 질문에 쏟아졌다.

“다른 감독이 이런 작품 만들었으면 그런 질문을 받지 않았을 텐데”라며 너스레를 떨며 입을 뗀 박 감독은 “나체나 섹스 장면을 넣지 않은 이유는 이 영화에서는 필요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어른들의 사랑에 꼭 그런 것들이 필요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릴러 감독으로 평가되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들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박 감독은 “다른 영화나 감독님들의 스타일을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다만 내 영화를 보고 어떤 감독의 작품이 떠올랐다는 이들의 설명을 들으면 나도 고개가 끄덕여 지긴 한다. 오랜 시간 많은 영화로부터 영향과 영감을 얻었다. 그런 것들이 제 모든 작품에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특정 영화를 참고하진 않는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거장 박찬욱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탕웨이와 박해일은 감격스런 소감을 전했다. 박해일은 “박 감독님과 작업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감이 안 난다”면서 “감독님의 작품 안에서 배우들과 제가 잘 어우러지는 게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고 돌이켰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가슴이 떨린다. 박 감독님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입을 연 탕웨이는 “캐스팅 제안을 들었을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를 들려주셨다. 스크리닝 상영 이후 감독님께 ‘내 인생의 일부를 완성시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한국어를 공부하는 게 즐거웠다“라며 ”촬영 첫날 감독님, 박해일 배우와 번역기를 돌려가며 대화하는 게 재미있었다. 촬영 마지막에는 번역기를 돌릴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탕웨이와 박해일은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완성된 영화의 대본을 받지 못했다. 박 감독은 시나리오가 미완인 상태로 이들에게 ‘말’로 줄거리를 말하며 출연을 설득했다.

탕웨이는 “감독님의 사무실에 앉아 감독님과 정서경 작가에게 스토리를 들었다. 듣기만 해도 너무 좋았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할 수 있었다”고 말했고 이어 박해일은 “30분간 감독님에게 줄거리 설명을 들었는데 제가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형사 역할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끌리는 것도 있었다.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으로 생긴 살인 용의자 이미지를 바꾸고 싶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해일은 영화 속 연기한 형사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보여줬던 형사 캐릭터와 전혀 다르다며 “보통 형사들은 거칠게 표현되는데 이번 영화 속 인물은 친절하고 깨끗하고 품위 있으며 폭력을 쓰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다. 전 세계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은 이 인물을 저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웃었다.

칸(프랑스)|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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