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해리 케인의 화력 쇼…토트넘, ‘팀 K리그’에 한 수 가르쳤다 [현장 리뷰]

1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K리그 올스타 ‘팀 K리그’의 경기가 열렸다. 토트넘 손흥민이 골을 넣은 케인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국축구에는 악몽과도 같던 슈퍼스타의 ‘노쇼 사태’는 없었다.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가 스코어 2-1로 앞선 후반 3분, 경기장을 가득 채운 6만4000여 명의 관중이 손꼽아 기다린 순간이 찾아왔다. ‘손세이셔널’ 손흥민(30)이 에메르송 로얄을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진짜 축제가 시작되자 상암벌의 데시벨이 한껏 치솟았다.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이 함께 한 토트넘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6-3으로 승리했다. 손흥민의 퍼포먼스도 여전했다. 멀티 골로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후반 12분 페널티킥(PK) 득점에 성공한 그는 후반 29분 아크 정면에서 문전 경합 중 김동민(인천 유나이티드)의 퇴장을 유도했고, 이는 해리 케인의 프리킥 추가골로 연결됐다. 후반 40분에도 손흥민은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승패가 크게 의미 없는 탓인지 긴장감은 크지 않았으나 볼거리는 차고도 넘쳤다. 서로가 물러서지 않고 무려 9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여 모두를 흥분시켰다. 2022~2023시즌을 대비한 프리시즌을 코리안 투어로 열어젖힌 토트넘은 이날 손흥민을 교체 명단에 올렸다.
3-4-3 포메이션을 구축한 토트넘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에버턴에서 영입한 히샬리송을 최전방에 세우고 브라이언 힐과 루카스 모우라를 윙 포워드에 포진시켰다. 첫 골은 전반 30분에 나왔다. 토트넘의 중앙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빌드업 과정에서 직접 볼을 몰고 들어가 묵직한 중거리포를 성공시켰다.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호언한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이 이끈 ‘팀 K리그’도 곧바로 반격했다. 전반 추가시간 중앙 미드필더 팔로세비치(FC서울)가 상대 왼쪽 진영에서 문전 한복판으로 길게 띄운 크로스를 조규성(김천 상무)이 달려가는 탄력을 이용한 헤더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양 팀 모두가 큰 폭의 로테이션에 나선 후반전은 더욱 뜨거웠다. 베테랑 수비수 김진혁(대구FC)이 케인의 낮은 크로스를 차단하려다 자책골로 연결돼 다시 토트넘이 앞섰다. ‘팀 K리그’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후반 7분 외국인 공격수 라스(수원FC)가 화끈한 중거리 슛을 꽂아 넣어 2-2까지 만들었다.


장군 그리고 멍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위협적인 콤비 손흥민과 케인의 쇼 타임이 펼쳐졌다. 동점을 이룬 지 2분 만에 케인이 득점에 성공했고, 손흥민이 아마노 준(울산 현대)의 핸드볼 파울로 얻은 PK를 골로 연결했다. 그러자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판정에 불만을 표하던 아마노 준이 후반 26분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복수에 성공했다.
많은 실점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토트넘은 계속 몰아쳤고, 케인과 손흥민이 추가골로 응수했다. 특히 손흥민은 막 프리시즌 훈련에 돌입한 터라 컨디션이 완전치 않았음에도 팀 동료들과 기대 이상의 호흡과 경기력을 보이며 2021~2022시즌 EPL 득점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증명했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