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 드러난 ‘선발+선발’…포화 포지션 정돈 효과 본 SSG

SSG 노경은. 스포츠동아DB

“선발투수가 내려갔는데 선발투수가 또 나오네요.”

SSG 랜더스는 후반기 첫 경기부터 이닝을 끌어줄 투수가 필요했다. 7월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선 선발투수 김광현이 8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지만, 연장 12회에야 승부가 났다. SSG 벤치는 김광현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문승원과 마무리투수 서진용까지 등판시킬 만큼 접전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투수가 더 필요했다. 연장 11회 꺼낸 카드는 노경은(38)이었다. 방송 중계진도 선발투수 출신들이 잇달아 구원등판하는 데 주목했다. 노경은으로선 보직 이동 후 첫 등판. 자신이 책임져야 했던 2이닝 동안 4사구를 단 1개도 내주지 않는 안정적 투구로 실점 없이 버텼다. 타선은 그에게 구원승을 선물했다.

최근 노경은의 역할이 크다. SSG는 후반기 들어 선발투수가 일찍 교체되는 날이 적지 않았다. 3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윌머 폰트의 이례적 5이닝 소화로 부족한 이닝을 채울 투수가 필요했다. 이날 역시 노경은이 2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김원형 SSG 감독은 “(노)경은이가 멀티이닝을 책임져줘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SSG는 새 외국인투수 숀 모리만도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1년여 만에 복귀한 박종훈의 합류로 선발로테이션을 일부 손봤다. 그러면서 노경은과 오원석이 불펜으로 이동했다. 오원석이 좌완투수의 이점을 고려한 이동 사례라면, 노경은은 이닝소화력이 판단 근거였다.

선발투수로서 성공이 불펜에서도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시즌 도중 보직 이동은 등판 루틴 등 여러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보직간 성적 편차를 보이는 선수도 적지 않다. 이 점에서 상황을 가리지 않고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 노경은의 가치를 높이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노경은은 올 시즌 선발등판한 8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ERA) 3.38, 이닝당 출루허용(WHIP) 1.28로 활약했다. 보직을 바꾼 뒤에는 멀티이닝도 2차례 소화하는 등 구원등판한 4경기에서 1승2홀드, ERA 0.00(6이닝 무실점), WHIP 0.67로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동기부여 또한 강하다. 노경은은 개막 이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SSG의 통합우승을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어느 자리에서든 기여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지금은 내가 중간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요즘은 우승한 뒤 전지훈련 가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큰 동기부여가 된다. 앞만 보고 달리는 중이라 여유가 없지만, 우승 후 따뜻한 곳에서 보상받는 기분으로 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