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개막을 기다리며

입력 2022-08-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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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채우 대한바둑협회 이사

특별 기고
네덜란드의 요한 하위징아가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책을 통해 ‘놀 줄 아는 인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 80여년이 흘렀다. 바야흐로 잘 노는 게 중요한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만이 최우선이라고 여겼는데, SNS와 정보로 연결되는 4차 혁명의 시대가 되면서 노는 것이 진짜 돈이 되고 의미가 되는 시대로 바뀌었다.

5000년 동안 인간을 즐겁게 해준, 동양에서 만들어진 평등한(장기와는 달리 돌 하나가 평등한 가치를 가졌다는 의미) 놀이가 있다. 바로 바둑이다. 세계바둑대회의 등장은 곧 바둑의 세계화, 세계가 바둑을 통해 즐거움을 공유하게 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가 23일 국내선발전에 돌입한다. 올해도 본선과 결승전을 거쳐 새로운 세계바둑의 최강자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세계 바둑 최고수들이 정상을 향한 레이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대망의 본선 32강전은 10월 27일 화려하게 막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세계바둑대회 유치의 참다운 의미는 단순히 세계 바둑 1인자를 가리는 데에 있지 않다. 세계바둑대회는 세계 바둑인들이 놀거리와 즐거움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이 늘어날수록 즐거움은 배가 되는 축제이다.

1996년 창설돼 26년간 세계 바둑인들을 톡톡히 즐겁게 해 준 삼성화재배는 바둑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고자 하는 혁신정신을 바탕으로 태어났다. 삼성화재배가 한국바둑, 나아가 세계바둑대회에 미친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 단위에 따른 1·2차 예선제도 폐지(1998), 아마추어에 대한 문호개방(1999), 여성조 신설(2006), 패자부활전인 더블 일리미네이션 도입(2009), 월드조 신설(2013). 이 밖에도 프로암바둑대회, 바둑 꿈나무 선발전 등 삼성화재배는 ‘도전과 혁신의 대회’라는 별칭답게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올해도 온라인으로 경기가 진행되지만 삼성화재배가 의미있는 변화의 시도들을 지속해간다면 세계 바둑인들에게 바둑의 즐거움을 돌려주는 한편 바둑은 한류의 한 축으로서 비약적인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선발전부터 결승3국에 이르기까지 삼성화재배의 모든 과정이 마라톤 레이스처럼 펼쳐지는 동안 세계 바둑인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공유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참가의 다양한 확대, 게임룰의 지속적 공지, 읽을거리의 제공이 서로 연결되면서 양질의 방송 콘텐츠가 창출되고, 세계인들이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면 삼성화재배는 새로운 한류의 트리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삼성화재배가 우승자 1인의 역사가 아니라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의 축제이자 세계 바둑인들을 즐겁게 해줄 청량제가 되기를 바라면서 2022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개막을 기다린다.

최채우 대한바둑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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