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시즌2 전달 無, 우영우 미래는 상상으로” (종합)[DA:인터뷰]

입력 2022-08-2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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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그리고 ‘17.5’.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첫 회와 마지막 회의 시청률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자극적인 콘텐츠가 차고 넘치는 이 시대에 ‘봄날의 햇살’ 같았던 이 착한 드라마는 채널 관계자들도 “3%만 나와도 대박”이라며 크게 기대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초반부터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더니 당초 목표 수치의 6배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솟구치는 인기에 모두가 기뻐하던 그 때, 타이틀롤을 맡은 박은빈은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늘 성실하고 진솔한 배우 박은빈 다운 고백이었다.


Q. 폭발적인 시청률 추이를 보며 어땠나.

A. 작품성 측면에서 심혈을 기울였지만 대중성에 있어서는 어떻게 호응해주실지 미지수라고 생각했다. 시청률은 대중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해 어떤 기대도 품지 않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초반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배우로서는 살짝 무섭기도 했다. 채널 측에서는 ‘신생 채널이다 보니 3% 정도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고 들었다. 훌쩍 뛰어넘는 추이와 함께 많은 분들의 성원도 체감돼 더 마음이 무거웠다.


Q. 본인이 생각하는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무엇이었나.

A. 나도 잘 모르겠다. 배우로서 생각하기에는 우영우라는 인물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응원하고 싶은 존재가 됨으로써 ‘우영우라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마주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목격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감히 생각해봤다. 많은 분이 봐주신 만큼 여러 반응이 있었지만 우영우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을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 캐릭터에 있어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이 드라마를 수차례 거절했다가 제작진의 설득으로 합류했는데.

A. 우영우는 어떤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더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제작진이 나를 왜 그렇게 믿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위선적으로 이 역할을 대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렇게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이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고 하시더라. 나를 믿어주신다면, 누군가가 꼭 해야 하는 이야기라면 내가 나서서 기대에 부응하고자 더 노력해서 이 작품을 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쉽지 않았나.

A. 드라마 ‘연모’를 끝내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준비할 기간이 2주 정도 밖에 없었다. 에너지도 많이 소모됐고 심리적인 부담감도 컸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독자적으로 고유성이 있게 정면 돌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자폐인 분들이나 영상 레퍼런스를 모방하는 길은 최우선으로 배제했다. 실제 자폐인분들 같은 경우를 내가 수단으로 삼아서 연기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고 배우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꼈다. 그 부분을 가장 조심했던 것 같다.

누구에게도 상처주고 싶지 않은 욕심이 컸는데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알 수 없었다. 우영우라는 작품과 캐릭터가 자폐인의 대표격도 될 수 없고 대변하는 인물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우영우를 제외한 그 많은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캐릭터인가? 상처주지 않을 캐릭터인가?’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얻기까지 어려운 시간이었다.




Q. 우영우와 이준호(강태오)가 그리는 사랑이 현실적인가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A. 사람이 존재하는데 있어서 불가능이 있을까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꼭 현실세계에 있는 사례를 통해서만 창작물을 내야하는 법은 없지 않나. 이 드라마 역시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창작자들의 자유라고 표현한다면 그 속에서 영우가 준호와의 사랑을 통해서도 이런 사랑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지 않나 싶다.

누군가는 이상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비현실적인 희망사항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서로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넓어진다면, 우영우가 보여주는 사랑이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극 중 다양한 스펙트럼 장애가 그려지는데 드라마를 관통하는 에피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회차로는 3회(펭수로 하겠습니다)가 가장 밀접하겠지만 외뿔고래에 대한 내용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어머니 태수미(진경)와의 대화에서 ‘이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는 흰고래 속에서 외뿔고래로 사는 것이 고독한 게 아니라 이게 내 삶이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우영우의 모습이 이상하고 별나지만 아름다웠다. 배우로서는 부담스러웠지만 이 장면을 잘 소화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정말 집중한 장면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Q. 전문직 캐릭터에 자폐 스펙트럼 설정상 대사 양이 상당했다. 대사를 외우고 연기하는 것 어렵지 않았나.

A. ‘대사를 잘 외우는 편’이라고 자부하는데도 많이 어려웠다. 초반 1회에 대사가 많았는데 작가님과 감독님과 자문 교수님 모두 반신반의했던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고 합의한 우영우 톤으로 이 많은 대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많이 걱정해주셨다.

결국에는 나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었는데 어찌어찌 하니까 ‘이게 되네?’ 싶더라. 그래서인지 점점 대사가 많아지는 것 같았다(웃음). 13-14회 제주도 편에서는 대사가 더 많아졌고 고래, 법률지식, 비행기 이야기 등 카테고리도 많아져서 여러모로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




Q. 오직 김밥만 먹는 캐릭터라 김밥을 정말 많이 먹었을 것 같다.

A. ‘우영우 김밥’은 분식집을 하는 소품팀 친구의 어머니께서 김밥 촬영이 있는 날마다 새벽마다 사랑으로 싸주셨다. 김밥을 정말 많이 먹었다. 시금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머님 김밥 속 시금치는 맛있더라. 먹으면서 대사해야했기 때문에 얇게 썰어주셨고 덕분에 배부르지 않게 많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평소 정석대로 젓가락질을 하는 편인데 영우는 소근육 발달이 더뎌 있다는 설정이 있기 때문에 평소 젓가락질과 다르게 해야 했다.


Q. 친구 동그라미(주현영)와의 인사법은 어떻게 탄생했나.

A. 대본상에는 ‘동 동그라미와 우 영우영우’라고 표현돼 있었는데 현영이가 좀 더 발전시켜서 고민한 것 같다. 나는 조금의 말맛만 살려보는 욕심을 부려봤다.


Q.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즌2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제작진은 2024년 방송을 목표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시즌2 제안이 온다면 출연할 생각이 있나.

A. 시즌2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게 전혀 없고 나 또한 기사를 통해 알았다. 이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을 때까지 여러 고민이 있었듯이 기대에 부응할 만한 후속작을 선보이는 건 그 이상의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우영우를 최대한 애정하면서 포장해놓은 상태인데 ‘그 포장을 열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세요’라고 하면 어떻게 더 할 수 있을까 싶다. 더 크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내 마음 속에서는 영우가 ‘뿌듯함’이라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나서 더 좋은 변호사를 향한 길을 걸을 것 같은데 그 상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행복한 일인 것 같다.


Q.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박은빈에게 남긴 것은.

A. 도전의 두려움에 맞서게 해준 작품인 것 같다. 영우는 나보다 어른스러운 사람이다. 어른의 무게를 알고 자신의 영향력도 아는 사람이다. 영우에게 많이 배웠다. 영우의 씩씩한 용기가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 영우가 낯설고 불편한 것을 뛰어넘어서 해보겠다고 이야기하는 건 나에게 알려주는 마법의 주문 같았다. 어떤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앞으로도 선택하는데 있어서 움츠려들 때 영우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Q. 9월에 데뷔 이후 첫 미팅을 연다. 팬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소감이 궁금하다.

A. 데뷔 27년 만에 처음으로 팬미팅을 하게 됐다. 하고 싶었던 것을 기획한 만큼 바쁘게, 각별히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분을 초대하고 싶어서 초대석과 가족석도 없이 진행하고 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만족해주셨으면 좋겠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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