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런지 록 밴드 너바나의 1991년 앨범 ‘네버마인드’는 표지 사진도 유명하다. ‘낚시 바늘에 걸린 1달러 지폐를 향해 수영하는 벌거벗은 아기’는 앨범의 엄청난 성공과 함께 많은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당사자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알몸 사진이 사용돼 성인이 돼서도 고통 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 BBC 등에 따라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원은 지난 2일 ‘네버마인드’ 앨범의 표지 모델 스펜서 엘든(31)이 해당 사진은 아동 포르노그래피로서 ‘아동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학대를 주장하기엔 너무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지적했다. 엘든이 음반표지에 대해 알게 된 지 10년 이상이 흐른 시점에 문제 삼았기에 공소시효(10년)를 넘겼다며 해당 건을 기각한 것.

엘든의 법률 대리인들은 항소하겠다고 밝혔지만 BBC는 그가 이번 건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법적인 방법이 없다고 짚었다.

그는 동의 없이 사진을 앨범 표지를 써 수 십 년이 지나 성인이 된 지금도 계속 자신을 괴롭히고, 수입을 잃게 했다며 2021년 15만 달러(약 2억 원)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사진작가 커크 웨들을 비롯해 너바니의 생존 멤버인 데이브 그롤과 크리스 노보셀릭, 그리고 사망한 커트 코베인의 아내 코트니 러브.

소송은 한 차례 기각됐으나 지난 1월 다시 소를 제기했다.

LA 법원은 엘든이 사진의 존재를 안 지 너무 늦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피고 측 변호인은 ‘무가치한 건’이었다며 판결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엘든이 나이를 먹어서 그 사진을 재연하기도 했다며 그는 ‘너바나 아기’라는 점을 즐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앨범 발매 10주년, 17주년, 20주년, 25주년 때 해당 포즈를 흉내 내는 기념사진(알몸은 아닌 상태로)을 촬영했다.

엘든의 부모는 1991년 당시 상대적으로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밴드로부터 사진의 대가로 200달러(약 27만 원)를 받았다.

그런지 록을 상징하는 앨범이 된 ‘네버마인드’는 전 세계적으로 3000만 장이 팔려, 역대 가장 성공한 앨범 중 하나가 되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