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맛본 ‘나만의 시간’…흥국생명 김연경, 데뷔 18년차에도 한 뼘 더 큰 이유

입력 2022-11-16 15:1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흥국생명 김연경. 스포츠동아DB

“좋은 시간이었다.”


흥국생명 김연경(34)은 지난해 열린 2020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다. 2005년 프로무대에 처음 발을 디딘 그는 지난해까지 16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무대에 진출한 뒤에도, 잇단 부상과 수술·재활을 견디면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경기라면 기꺼이 헌신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외 리그에서 강행군을 갓 마쳤는데도 국제대회를 쉼 없이 치르는 그의 체력이 바닥날까 걱정하는 여론이 적잖았다. 그런 그가 올 시즌을 앞두고는 소속팀과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로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맛보는 값진 시간들이다.


쌓인 연차만큼 실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미 성숙한 베테랑이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또 한 뼘 성장했다. 김연경은 ‘몇 년 전만 해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이제 리그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여유로웠던 것 같다. 또 나만의 컨디션으로 잘 맞춰서 유지하고 만드는 시간이 있어 좋았다”며 “배구 외적으로도 많이 보고 느끼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좋은 시간이었다. 올 시즌 긴 시간 동안 다시 한번 새롭게 준비했고, 국내무대에 복귀해 선수들과도 잘 맞춰가고 있다. 몸 상태도 좋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여전한 기량으로 흥국생명을 이끌고 있다. 공·수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 중이다. 올 시즌 1라운드 6경기에선 공격성공률 45.60%(4위), 세트당 블로킹 0.429개(14위), 리시브효율 35.82%(13위), 세트당 디그 3.571개(7위)를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여느 외국인선수 못지않았다. 공격 비중이 큰 팀 동료 옐레나(45.75%·1위)와도 차이가 크지 않다. 흥국생명이 1라운드 6경기를 5승1패(승점 14)로 마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다.

흥국생명 김연경. 스포츠동아DB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은 “(김)연경이와 같은 베테랑이 풀타임을 뛰어본 적 없는 선수들을 격려해주는 영향이 크다. 연경이로 인해 홈, 원정 어디든 팬 분들이 많이 와주시니 선수들도 더 큰 힘을 얻고 흥이 나 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10승23패(승점 31)로 7개 구단 중 6위에 그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취임한 권 감독이 팀을 빠르게 재정비한 데는 김연경이 잘 녹아든 영향도 매우 크다. 김연경은 동료들의 블로킹 타이밍부터 상대 분석 등 세밀한 요소까지 조언하면서 흥국생명의 전력 ‘평균’을 높이고 있다. 오롯이 팀에만 집중하니 시너지도 크다.


김연경은 “1라운드만으로는 판단하기에 이르다. 선수들 모두 마지막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라운드 성적은 만족스러운데, 경기력을 좀더 끌어올려서 더 많이 이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팀 경기력이 앞으로는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