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은행권의 희망퇴직 돈 잔치에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시내에 붙어있는 은행 대출 광고. 사진 | 뉴시스
역대급 실적 은행, 수억 원 희망퇴직에 시선 싸늘
은행권, 이자장사로 사상 최대 실적
희망퇴직 활발…퇴직금 최대 5억원
대출금리는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금융당국 “대출금리 인상 예의주시”
연초 은행권의 희망퇴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기만 하다. 서민들은 고금리에 시름하고 있는데, 금리상승기 이자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은행은 최대 5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내걸며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이자장사로 사상 최대 실적
희망퇴직 활발…퇴직금 최대 5억원
대출금리는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금융당국 “대출금리 인상 예의주시”
●새해에도 은행 이자장사는 여전
은행의 희망퇴직 바람은 금리인상기 이자장사로 올린 사상 최대 실적이 바탕이 됐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6조64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기록한 사상 최대치 14조5429억 원보다 14.57% 늘어난 수치다. 금융사별로 보면 신한금융 5조491억 원, KB금융 4조8073억 원, 하나금융 3조6612억 원, 우리금융 3조1274억 원 순이다.
새해에도 대출금리는 상승하고 예금금리만 하락하는 등 은행의 이자장사가 계속되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93∼8.11%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예금금리의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금리가 연 3.98∼4.31%로, 기존 5%대에서 줄줄이 낮아진 모습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예금금리가 안정화되면서 대출금리만 오를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리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대출자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 및 운영 실태를 지속 점검해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했다
●5대 시중은행 희망퇴직자 3000명 육박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3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년 전(2021년 12월∼2022년 1월) 5대 시중은행에서 직원 2244명(KB국민 674명, 신한 250명, 하나 478명, 우리 415명, NH농협 427명)이 퇴직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1000명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희망퇴직 인원이 접수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1967년생부터 1972년생(만 50세)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730여 명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 만약 신청자가 모두 퇴직할 경우 전년 674명보다 50명 이상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NH농협은행의 경우, 대상 연령을 1982년생(만 40세)으로 낮추면서 전년 427명보다 60명 이상 많은 493명이 짐을 쌌다.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했으나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은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경우도 희망퇴직 대상이 확대된 만큼 전년 대비 신청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부지점장 이상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직급과 연령이 부지점장 아래와 1978년생(만 44세)까지 낮췄다. 또 하나은행은 15년 이상 근무한 1982년생(만 40세)까지, 우리은행은 1980년생(만 42세)까지 희망퇴직 신청 대상을 늘렸다.
이처럼 은행권 희망퇴직이 한층 활발해진 데는 은행과 직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오프라인 점포 축소 등을 위해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역대급 실적으로 여유자금이 늘어나자 이를 바탕으로 희망퇴직 조건을 높이고 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희망퇴직은 ‘인생 2막’ 설계를 서두르거나, 파이어족(조기 은퇴 희망자)을 꿈꾸는 직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자에게 약 36개월 치 월평균 급여를 포함해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은행별, 근무 기간, 직급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재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할 경우 최대 5억 원 정도의 목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희망퇴직 대상과 보상안을 확대하면서 인력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며 “은행이 많이 챙겨줄 때 퇴직해서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직원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