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왼쪽)과 양의지. 스포츠동아DB
그래도 한국은 늘 위기에 강했고,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야구로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곤 했다. 올해 WBC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57) 역시 위기를 기회로 삼고, 최대한 오래 살아남겠다는 의지로 선수들과 함께 빈틈없는 준비를 다짐하고 있다.
이 감독은 이번 WBC에서 다양한 투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형태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세밀하고 적극적인 작전을 기반으로 한 디테일 야구로 점수를 뽑고자 한다. 그 핵심은 마운드 운용이다. 기본적으로는 투수들이 경기를 잘 풀어줘야 한다. 그 때문에 이 감독은 주전 안방마님으로 나설 양의지(36·두산 베어스)의 역할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KBO리그에서 빼어난 투수 리드와 타자들이 예상치 못한 볼 배합으로 최고 포수로 평가받고 있는 양의지가 대표팀 투수들도 잘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표팀에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투수들이 다수 발탁됐다. 이들 중에는 프로 데뷔 이후로는 국제대회 마운드에 선 경험이 적은 이들도 있다. 따라서 양의지를 비롯한 포수들이 투수들과 이룰 하모니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양의지가 수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타순에선 최대한 편안하게 배려한다는 기본 구상을 품고 있다. KBO리그에선 매 시즌 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 등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실력(통산 1585경기·타율 0.307·장타율 0.503·228홈런·944타점)을 뽐내왔지만, WBC에선 타격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또 양의지가 국제대회에선 다소 아쉬운 타격 성적을 냈던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부터 각종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꾸준히 출전해왔으나 통산 성적은 타율 0.169, 출루율 0.273, 장타율 0.253에 머물러있다.
이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많아 양의지가 주전 포수로서 잘 이끌어줘야 한다. 그래서 양의지와 얘기를 많이 나누려고 한다”고 밝혔다. 투수진 운용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이 감독이 리그 최고의 안방마님인 양의지와 함께 WBC 대표팀 마운드를 얼마나 강력하게 만들어놓을지 궁금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