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현주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로 호흡을 맞춘 고 강수연을 떠올리면서 “선배님과 함께 연기해 행복했다”고 돌이켰다. 작은 사진은 ‘정이’에 출연한 강수연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전세계적 인기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 김현주
후배들엔 늘 칭찬 쏟았던 선배
함께 촬영한 모든 장면 생생해
장르 갈증 풀어준 연상호 감독
나도 모르는 내 모습 보게 해줘
“이 기쁨을 옆에서 함께 나눴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후배들엔 늘 칭찬 쏟았던 선배
함께 촬영한 모든 장면 생생해
장르 갈증 풀어준 연상호 감독
나도 모르는 내 모습 보게 해줘
배우 김현주(45)의 미소에 슬픔이 묻어났다.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가 글로벌 차트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 냈지만 가슴 한 편이 “아려온다”고 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하고 지난해 5월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 강수연이 떠올라서다.
20일 공개된 영화는 22세기를 배경으로 인류가 기후변화로 살 수 없게 된 지구를 벗어나 우주 궤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현주는 내전에서 부상당한 후 수십 년째 식물인간이 된 전설적 용병 정이를 연기했고, 강수연은 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 윤서현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애틋한 모녀로 호흡을 맞췄다.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현주는 “선배님은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상상한다. 대단히 만족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다. 늘 자신에게는 만족하지 않는 분”이라며 “하지만 우리 후배들에게 ‘너무너무 잘했다’며 칭찬해주셨을 거다. 늘 그랬던 분이시니까”라며 옅게 웃었다.
●“고 강수연, 선배 그 이상의 존재”
그에게 강수연은 “상상에서만 존재하던 전설적 인물”이었다. 강수연이 연기에서 한 걸음 물러나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지원 활동에 집중해 왔기에 “우연히 지나쳐서 볼 수도 없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한국영화계의 대들보 강수연’과 마주 보고 연기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죠. 사실 좀 겁이 났어요. 하지만 선배님은 첫 만남부터 너무 예뻐해 주셨어요. 저도 언제부턴가 현장에서 선배로서 ‘어른인 척’해야 할 때가 많아졌는데 오랜만에 선배님께 어리광도 부릴 수 있어 행복했어요.”
강수연과 함께 촬영했던 모든 장면이 가슴 깊이 남았다. 특히 강수연이 뒤에 서서 귓속말로 진실에 대해 말하는 장면에서 느꼈던 감정은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때 정이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 반응도 해선 안됐는데 제 뒤에서 선배님의 체온이 느껴지고 귓속에 음성이 서서히 퍼지는데 자꾸 눈물이 나올 거 같았어요. 선배님도 촬영하면서 ‘자꾸 너만 보면 눈물이 나려고 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 장면을 보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정말 슬펐어요.”
로맨스 드라마에 주로 출연해왔던 그는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시작으로 ‘정이’, 내년 공개하는 ‘선산’ 등의 작품을 함께 하자며 손 내밀어 준 연상호 감독 덕분에 “장르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늘 새로운 게 하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저를 그렇게 써줘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연 감독님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캐릭터를 저에게 덧씌우려고 해요. 나도 모르는 제 모습을 보시는 것 같아 신기할 정도예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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